‘계획된 우연’과 일자리 기회

마 상 천 - 칼럼니스트
마 상 천칼럼니스트

상담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스탠퍼드 대학 존 크롬볼츠 교수의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 이론은 사람의 진로에 있어서 우연한 사건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이다. 크롬볼츠 교수가 비즈니스 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 중 자신의 계획대로 성공한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하고 80%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연히 만난 사람이나 우연히 겪은 일을 통해 성공을 이뤘다고 한다.

어느 은행원의 진로 이야기

크롬볼츠 교수의 ‘계획된 우연’ 이론과 관련하여 오래전 미국으로 유학 간 동료 은행원이 생각났다. 30년 전 당시 은행원이었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미국 유학을 간다고 연락이 왔다. 전공은 국내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정치외교학이라고 했다. MBA 과정이라면 이해가 가겠는데 웬 정치외교학 전공 유학이냐고 물었다. ROTC 장교 출신으로 은행에 특채되었던 그에게 대리 승진 시험도 녹록지 않고 매일 일원 단위까지 잔액을 맞춰야 하는 은행 업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유학 간 후 5년 정도 지난 어느 날 서울에서 만난 그가 대뜸 한의사 명함을 건네는 것이 아닌가. 뉴욕에서 부인이 운영하는 네일 케어 숍에 들렀던 어느 날 그는 고객들 간의 대화에서 ‘한의사’라는 단어가 귓전에 스쳤다고 한다. 미국에도 한의사가 있고 수입이 좋다는 얘기를 듣자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종아리를 맞아가며 억지로 했던 한자 공부가 생각났단다. 한자는 한의학 공부할 때 필요한 원서 읽기에서 미국 사람들보다 엄청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때는 그가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과 토론 능력을 요구하는 정치외교학 수업에서 영어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던 시기였다. 결국 그는 수소문을 통해 한의학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관련 과정을 마치고 한의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또 5년 정도 지난 어느 날 그에게서 얼굴 한 번 보자는 연락이 왔다. 국내 한의학 관련 자료를 구하고 한약재에 대해 알아볼 겸 귀국하였다는 것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의 명함이었다. 미국 한의사협회 이사로서 워싱턴 DC에서 한의사들을 위한 의회 로비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과연 영어 구사 능력이 되는 것일까. 그는 로비할 때는 언어구사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맥이 중요하다고 했다. 본인 인맥이 미국 의회를 상대로 로비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는 것이 아닌가. 다름 아니라 정치외교학과에서 만났던 유대인 출신 동기들의 인맥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세상 참 모를 일이다. 충청도에서 한자 공부를 했던 은행원이 미국에서 영어로 미국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한의사를 위한 로비를 한다니 말이다.
그렇게 또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아침 그가 부친상을 당해 서울에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번에는 또 어떻게 변신을 했을지 궁금해서 내가 먼저 명함을 달라고 했다.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국 전역을 다니며 한의학 대학으로 인가받으려는 학교를 상대로 학과 커리큘럼 등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이라고 했다. 아시아 국가 출신은 본인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내 마음속에서 질투심이 올라왔다. 그 와중에 하버드나 예일 대학 입학이 보장된다는 뉴욕시의 유명 고등학교 학생이라는 아들 얘기와 넓은 땅을 샀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으니 말이다.

계획된 우연과 진로

인생에서 우리는 계획과 달리 우연한 사건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 동료 은행원 사례를 들었다.
존 크롬볼츠 교수의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 이론은 사람의 진로에 있어서 우연한 사건이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크롬볼츠 교수는 수많은 비즈니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커리어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성공한 사람 중 자신의 계획에 따라 성공한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하고 80%인 대부분 사람은 우연히 만난 사람이나 우연히 겪은 일을 통해 성공을 이뤘다고 한다. 크롬볼츠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계획된 우연’이라는 진로 선택 이론을 개발했다.
그는 삶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우연에 주목하면서 그 사건이 사람의 인생 진로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계획된 우연’이라고 했다.
적성, 흥미, 성격 등도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지만 실제 살아가는 가운데 발생하는 우연적인 사건에 의해 진로가 바뀌는 경우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을 기회로 만들기 위한 기술

그러나 운에 맡기고 기다리기만 하면 우연한 사건이 자연적으로 우리 인생 진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크롬볼츠 교수는 ‘계획된 우연’ 이론에 따라 우연한 사건을 인지하고 그 사건을 커리어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데 필요한 다섯 가지 기술을 제시했다.

1. 호기심 :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찾기
2. 인내심 : 일부 차질이 발생해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기
3. 유연성 : 태도와 상황을 바꾸기
4. 낙관성 : 새로운 기회가 올 때 이를 실현 가능하고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5. 위험 감수 : 결과가 불확실하더라도 행동 취하기

앞의 동료도 생각해보면 위 다섯 가지 기술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주위에서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우리는 겸손한 자세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그들의 성공 뒤에는 위 다섯가지 기술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자신의 크고 작은 성공을 돌아 보면 운이 좋아 자연적으로 된 것이라기보다는 사실 이런 기술들을 적극 활용한 결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인생 1막과 달리 만나는 사람, 하는 일들이 대부분 다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비관적으로 보고 도전을 포기할 수가 있다. 앞으로 20~30년 더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야 할 2막 인생을 고려하면 매사를 긍정적으로 봐야할 것이다.
해가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PLAN 이라는 영어가 보이고 사람들이 그 단어를 끌고 있는 모습

신중년 일자리와 ‘계획된 우연’

이제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는 등 인생 2막을 살아갈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이 위 다섯 가지 기술을 활용할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해보자.
첫째, 우연한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 할수록 위의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성공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우연한 사건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정보도, 뉴스도 사람이 만들고 전파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사람 간의 소통 기술을 키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이 기술이 부족하면 주위에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심리상담소나 스피치 학원에 찾아가 보기 바란다.
둘째, 새로운 것을 배우면 과거에 알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이제까지 주로 본인의 일이나 적성 및 흥미에 맞는 분야만 관심을 갖고 배우거나 관련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사람의 흥미와 적성은 변할 수 있다. 특히 인생 1막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베이비부머들은 어렸을 때 가졌던 적성이나 흥미 분야가 아닌 곳에서 더 좋은 성과를 경험했던 사례가 많을 것이다. 인생 2막의 환경은 1막과는 크게 바뀐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 특히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쉬지 않고 배워야 할 것이다.
셋째, 인내심은 인생 1막에서 대부분 많이 몸으로 배웠던 부분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크고 작은 장애를 만나고 그때마다 좌절을 맛보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인생 2막의 일의 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보다 젊은 세대다. 그들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거나 그들의 행위를 못마땅하게 여기면 새로운 기회를 성공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닥칠 다양한 어려운 여건들을 잘 참아내야 할 마음의 근육을 키울 필요가 있다.
넷째, 융통성을 키우는 것은 필수 과제라 하겠다. 인생 2막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여 뭔가 새로운 것을 이루려면 우리의 태도를 바꾸고 때로는 주위 환경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유연한 생각과 행동이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다섯째, 낙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인생 1막과 달리 만나는 사람, 하는 일들이 대부분 다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비관적으로 보고 도전을 포기할 수가 있다. 앞으로 20~30년 더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야 할 2막 인생을 고려하면 매사를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여섯째, 적절한 위험 감수가 필요하다. 퇴직 후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쉽게 창업하지 말고 주위의 감언이설에 속아 사기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이다. 실제 창업 실패율이 높고 각종 사기, 특히 최근에는 전자금융사기, 암호화폐사기 등 그 수법이 다양하고 지능화한 것이 많아 고학력 은퇴자들도 피해를 보는 사례가 뉴스에 나오곤 한다. 찾아보면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 등을 이용해 많지 않은 자금으로 창업할 수 있는 1인 기업의 종류도 많이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바로 시작해보자.
언제까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으로 머뭇거리면서 시간만 보낼 것인가.
‘계획된 우연 ’ 이론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는 이때 가장 적절한 진로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말로 ‘계획된 우연’ 이론에서 제시하는 다섯 가지 기술 역량을 잘 활용해야 하는 때라고 본다. 특히 나이 때문에 재취업을 못 하는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찾는데 큰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이론인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우연한 사건에 맞닥뜨리게 될 베이비부머들에게 영화 <최종병기 활>의 마지막 대사를 소개하며 이글을 끝내고자 한다.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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