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윤 석 천 - 경제칼럼니스트
윤 석 천경제칼럼니스트

헤드라인을 장식하면 안 되는 경제 뉴스가 있다. 바로 국제 무역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나 전쟁에 관한 소식이다. 항상성과 안정성은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담보돼야 기업들이 마음대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편하게 소비할 수가 있다. 국가 역시 경제적 안정성이 동반돼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그렇지 못하다.

무역 갈등 더 나아가 전쟁에 관한 소식이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관세 부과, 보복 등 자유무역을 해치는 단어들이 경제 뉴스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중국을 때리고 있고 이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국제 금융시장은 출렁이며 글로벌 경제 주체들은 잔뜩 숨을 죽인다.
세계는 트럼프의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본다면 트럼프의 정책은 일부분 옳다. 한쪽이 특정국 때문에 천문학적인 무역 적자가 난다면 수정하는 게 맞다. 무역적자의 정도가 극심하다면, 해당 국가의 수반이 그것의 수정이나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건 정당하다. 중국은 미국 무역 정책의 도움을 받아 성장해왔고 현재도 성장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치렀느냐는 의문이다. 중국의 대미국 흑자 규모는 2010년 2천730억 달러 규모에서 2017년 3천752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중에도 중국의 대미 흑자는 같은 기간 무려 1천억 달러나 늘었다.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100조 원 이상이다. 2017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한국 돈으로 약 400조 원 정도다. 이 정도라면 누가 미국 대통령이든 중국을 겨냥해 뭔가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 다른 한쪽에 일방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면 그것은 개인 간에도 분명 문제가 된다. 하물며 국가 간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건 분명하다.
다만,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의 달성을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방법은 종종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오류 투성이의 경제학 개념을 이용하는 건 더욱 치명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쓴 글과 대중 연설을 종합해보면 그가 얼마나 무역적자를 증오하는지를 알 수 있다.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일을 이익과 손해란 개념으로 보는 한 적자는 ‘악’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마치 사업을 하듯 무역 적자를 다룬다. 무역 적자는 곧 패배이며 손해란 생각이 그를 지배하고 있다.

무역은 전쟁이 아닌 상호 교환하는 거래

최소한 국가 경영에서 그의 생각은 잘못됐다. 사업에서는 그런 방식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한 나라를 경영하는데 그런 개념을 갖는 건 치명적이다. 양국 간 무역에서 한쪽은 적자를 보고 다른 쪽은 흑자를 보는 것은 상례다. 어쩔 수 없다. 매우 정밀하게 양국 간 무역 균형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는 서로 다른 필요 조건을 갖는다. 한국은 중국의 값싼 공산품이나 농산품을 선호하고 중국은 한국의 경쟁력 있는 중간재를 원한다. 이들 제품의 가격과 수요는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 균형을 이룬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당연히 양국 간 교역에선 적자국과 흑자국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적자가 곧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무역은 전쟁이 아니다. 상호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행위다. 이 행위에서 더 많은 것을 사들였다는 건 곧 그만큼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그 결과 돈은 유출됐다. 그러나 그만큼 더 많은 재화를 공급받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도 같다. 중국은 미국에 물건을 팔고 달러를 얻고 미국은 달러를 내주고 중국산 상품을 얻어 미국 가정엔 미·중 무역 적자의 결과물인 중국산 제품이 가득하다. 이것이 나쁜 일인가?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면 그것은 엄연한 현실일 뿐이다.

* 미국은 중국산 상품을 원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기꺼이 달러를 내준다.
* 중국은 달러를 원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기꺼이 상품을 내준다.

이는 이기고 지는 승패의 게임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뿐이다. 필요한 것을 서로 교환하고 있을 뿐이다.
무역적자 문제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격하는 쪽 입장에서도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아니다. 굳이 관세 부과로 높아진 제품 가격으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거나 소비자 후생이 후퇴하는 것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미국 입장에서는 신중해야 한다.
두개의 시계가 놓여 있는 그 사이에 두 명의 사람이 악수를 하고 있다

승자가 없는 무역 관계

물론 필요한 것은 수시로 변한다. 시간이 흐르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필요의 변화에 따른 미래의 변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가령, 중국은 자신의 통화인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고 한다. 만약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면 달러의 필요성은 줄어들게 된다. 현재는 달러가 국제 무역의 결제통화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유해야 하지만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순간 보유 필요는 감소한다. 미국이 두려워하거나 피하려는 건 바로 이 점이다. 미국의 지속적인 무역 적자는 필연적으로 달러 위상을 추락시키게 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달러는 위안화에게 세계 제일의 통화 지위를 내줄 수가 있다. 현재는 중국이 달러가 필요해 미국에 물건을 팔지만 위안화 위상이 높아지면 달러 수요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이는 미국에겐 치명타가 된다.
또,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줄어 달러 보유액이 줄어드는 것 또한 미국에겐 그리 유리하지만은 않다. 미국에게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국가는 중국이고 중국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만약 중국의 달러 보유액이 어떤 이유에서든 줄어 미 국채를 덜 사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간단한 수학이다. 현재까지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미국은 자신들의 국채를 팔아왔다.

* 미국 정부는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 재무부는 그로 인해 발생한 재정적자를 국채를 팔아 메운다.
* 달러를 가진 어떤 주체가 이들 채권을 산다.
* 중국은 대규모 흑자로 인해 벌어들인 달러로 이들 채권의 자연스러운 매수자가 된다.

그런데 중국이 사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다른 매수자가 나타날 것이다. 다만, 국채 발행 금리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수요가 줄어들면 더 많은 금리를 제시해야 채권을 팔 수 있다. 국채 금리가 높아진다는 얘기는 시중의 장기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을 뜻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자동차 할부 금리가 오를 수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미국의 자동차 업계나 주택시장은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때문에 무역 적자 문제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격하는 쪽 입장에서도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아니다. 굳이 관세 부과로 높아진 제품 가격으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거나 소비자 후생이 후퇴하는 것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미국 입장에서는 신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접근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칭찬한다. 그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은 상대방을 방심하게 해 마침내 승리를 이끌 거라 주장한다. 그럴듯하다. 사실, 트럼프의 이런 협상 기술은 그가 대통령이 된 동력이기도 했다. 표를 준 사람들은 그가 국가 이익을 위해 큰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문제는 국가 통치 행위는 사업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국가 통치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런 전술은 기업 운영에서는 통할 수 있지만 국가 운영 시에는 자칫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다.
트럼프는 공공연한 위협도 서슴지 않을 만큼 너무 극단적이다. 부동산 기업을 운영할 때는 그런 방식이 통할 수도 있었다. 상대해야 할 대상이 대부분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하나만 굴복시키면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비즈니스 거래는 영속적이 아니다. 한 번 거래로 대부분 끝이다. 그래서 그런 방식이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 운영 시에는 다르다. 상대는 한 국가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다수의 국가와 연결돼 있다. 이들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은 상대국들의 반발심을 불러와 강한 반격에 처할 수 있다. 상대 국가가 하나만이라도 문제가 된다. 국가 운영은 보통 동일한 국가와 서로 다른 사안을 놓고 수많은 협상을 해야 하는 과정이다. 설사 특정 거래에서 위압적인 방식을 사용해 이겼더라도 다른 거래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상대방 역시 얼마든지 보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 협상은 많은 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이 경우 공공연한 위협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국가뿐만이 아니라 자국 이익집단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공정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말은 부분적으론 맞다.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중국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그것은 미국에겐 분명 유리한 협상 도구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이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서유럽, 일본 등과 얼마든지 연합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런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 그는 혈맹이자 우방인 캐나다,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에게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협력보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 기회를 틈타 중국은 유럽연합을 포섭해 미국에 대항하려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의 무분별한 관세 부과는 중국이 의미 있는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낮추고 있다. 바라는 게 진정 중국의 멸망이 아니라면 트럼프는 발언 수위를 낮추고 연합 세력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그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로 인해 무역 전쟁이란 부정적 리스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 정도 위험은 충분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비즈니스의 경우엔, 그의 극단적 방식으로 위험에 처하는 대상은 제한적이다. 사업체와 그 구성원 혹은 그의 기업과 연관된 은행 등 금융 기관들뿐이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극단적 행동은 미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현재의 세상을 사는 그 누구도 그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만큼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의 힘은 강하다.
자칫 세계는 1930년대의 대공황 국면으로 진입할 위기를 맞고 있다. 분명 중국의 불공정한 행위는 수정돼야 한다. 그렇지만 분명 평화적인 협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무역 갈등이나 전쟁을 통해 해결해서는 안 되고 해결될 수도 없다. 마주 달리는 기차는 충돌할 땐 한쪽이 길을 터줘야 파국을 피한다. 누가 길을 열어줘야 할까. 동시에 열어야 한다. 중국은 개혁을 통해 불공정 행위를 줄여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지적재산권에 대한 침해는 삼가야 한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공공연한 협박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파국을 멈출 수 있다. 불신이 아닌 신뢰를 택할 때만 세계는 번영을 구가할 수 있다. 서로를 신뢰할 때 성장은 지속 가능하다. 더 이상 ‘무역 전쟁’이란 단어가 헤드라인을 장식해서는 안 된다.
컨테이너가 실린 배 옆으로 뗏못처럼 컨테이너 하나가 떠다니고 그 위에 사람이 노를 젓고 있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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