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同行)

사진 유 병 용 - 시 김 삼 환
사진 유 병 용시 김 삼 환
나른한 봄날 오후
두 노인이 나란히 걷고 있다
시간의 강물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알알이 맺힌 사연들이
입술을 적시며 흩어지고 있다

삶이란 철마다 바뀌는 계절을
말없이 따라가며 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는 조각인형 같은 것,
한 시절을 뜨겁게 보내며
몸속에 흐르는 감정의 통로마다
회한의 그림자가 함께 흐른다

무심히 걷는 길 위에서 노인들은
살아온 지난날의 색깔은 서로 달라도
어쩌면 황혼의 보폭은 어림할 수 있어서
왼 쪽이 가벼워질 때
오른 쪽을 받쳐주는 것들과
서로 의지하며 걷고 있다

그래서일까, 오늘 내가 혼자 걷고 있는
태화강 십리 대숲길이 적막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당신의 온기가
내 곁에서 나란히
동행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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