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홀리는 삶을 꿈꾸다>알아두면 쓸모있는 치즈와 살루미

치즈와 살루미를 이용한 요리

조 장 현 - 치즈플로 · 쉐플로 오너쉐프
조 장 현치즈플로 · 쉐플로 오너쉐프

치즈는 그 자체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요리의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맛(Flavor)과 질감(Texture) 두 가지 부분에서 요리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이탈리아에서는 파르메산 치즈를 조미료처럼 맛을 내는 데 이용한다. 치즈가 오래 숙성되면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유지방이 각종 지방산으로 분해되어 감칠맛과 풍미와 향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것을 갈아서 소스나 국물에 넣으면 소금이나 조미료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올리브 오일과 마늘만으로 맛을 내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만들거나 바지락 육수의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 때 파르메산 치즈를 조금만 갈아 넣으면 갑자기 맛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치즈가 요리에 활용되는지 알아보자.

그라탱이나 퐁뒤, 리소토 등 각종 요리에 활용하는 치즈

치즈에 열을 가하면 32℃ 정도에서 유지방(Milk Fat)이 녹기 시작하면서 부드러워진다. 좀 더 높은 온도에 이르면(55℃-연성 치즈, 65℃-체더 치즈, 스위스 치즈, 82℃-파르메산 치즈, 페코리노 치즈) 서로 결합되어 있던 케세인 단백질 조직이 무너지면서 액체처럼 흐른다. 유지방과 단백질의 비율을 볼 때 파르메산 치즈는 0.7, 모차렐라나 스위스 치즈는 1.0, 로크포르 치즈나 체더 치즈는 1.3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녹으면서 유지방이 많이 흘러나온다.
치즈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pH, 칼슘, 케세인 단백질, 유지방, 수분(Whey)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치즈의 물성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커드 안에 유청을 많이 함유하면 pH(4.5~4.7)를 낮추고 이로 인해 접착제 역할을 하는 칼슘이 떨어지면서 잘 부서지는 질감의 치즈가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페타 치즈(Feta Cheese)이다. 반면에 모차렐라처럼 잘 늘어나는 치즈는 pH가 5.1~5.3 사이에 맞춰져야 하는데 pH 4.7과 pH 5.1 사이에는 물성을 바꾸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가장 잘 늘어나는 치즈는 모차렐라, 에멘탈, 체더 치즈이며 부서지는 질감은 체셔 치즈(Cheshire Cheese), 레스터 치즈(Leicester Cheese)이다. 콜비(Colby)와 잭(Jack) 치즈는 수분이 많은데 이 세 가지 분류의 치즈들을 잘 조합하면 그릴에 구운 치즈 샌드위치 요리에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필자의 레스토랑에서 모차렐라, 체더 치즈, 잭 치즈에 스트라키노 치즈를 섞어서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가정에서도 각 종류의 치즈를 갈아서 햄버거 패티 식으로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아침에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다면 단순히 슬라이스 체다 치즈 한 장 끼워서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비주얼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기호에 따라서 햄이나 사우어 크라우트를 첨가하면 더욱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에멘탈, 그뤼에르 등의 알파인 치즈는 녹여서 퐁뒤 요리에 사용하거나 그라탱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각종 고기요리나 감자, 빵, 채소 등을 퐁뒤 소스에 찍어 먹는 이 요리는 치즈, 화이트 와인, 키르슈(Kirsch) 전분을 넣는다. 이중에서 와인이 부드러운 소스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케세인 단백질이 수분을 유지하게 하고 와인의 산 성분은 접착제 역할을 하는 칼슘을 떨어져 나가게 하여 단백질이 자유롭게 섞이도록 한다. 이 작용을 응용하면 치즈를 이용한 소스를 만들 때 약간의 레몬주스나 화이트 와인을 넣어 빡빡한 소스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 파르메산 치즈나 페코리노 치즈는 단백질이 이미 충분히 잘게 부서져 있어 쉽게 섞이거나 녹음으로 소스, 수프, 리소토나 파스타에 넣어 요리한다. 치즈를 소스나 수프에 맛과 풍미를 주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 치즈가 소스와 잘 융합되어야 하는데 잘못하면 덩어리가 생기거나 지방이 분리될 수 있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첫째, 숙성이 잘 된 치즈를 곱게 갈아서 사용하거나 수분이 많은 치즈를 같이 섞어서 사용한다. 둘째, 치즈가 더해진 후 열을 최대한 적게 가한다. 치즈를 녹는 점 이상 가열하면 단백질끼리 단단하게 붙으면서 유지방이 분리되기 때문이다. 또한 휘젓는 것을 최소화해서 단백질끼리 뭉치지 않도록 한다. 밀가루나 전분 가루를 섞어 소스를 안정되게 할 수도 있다. 꼭 열을 가하지 않더라도 신선한 모차렐라, 부라타, 리코타, 페타 치즈 등은 각종 샐러드 채소에 올리브 오일, 식초를 곁들임으로써 맛과 영양이 균형 잡힌 요리로 즐길 수 있다.
퐁듀 사진

좋은 살루미를 맛있게 즐기는 법

이제 살루미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살루미(Salumi)에는 프로슈토(Prosciutto, 뒷다릿살), 론자(Lonza, 등심살), 코파(Coppa,목살), 판체타(Pancetta,삼겹살), 스팔라(Spalla, 앞다릿살), 살라미(salami, 말린 소시지)가 있다.
살루미를 구입할 때는 다섯 가지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성분, 외형, 냄새, 질감 그리고 맛이다. 성분(Ingredients)은 적을수록 좋다. 주재료가 돼지고기인 것이 당연한데 만약 돼지고기 외에 소고기라고 적혀 있으면 이것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것이 아닌 저급 품질의 제품이라는 의미이다. 그 밖에 물이 첨가되었는지(유화제를 사용해서 무게를 늘리는 데 사용한다), 인공 색소, 대두단백질, 전분, 보존제 등이 표시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고급 살라미(Salami)는 필요 없는 성분들이다. 외형은 흰색 또는 회색 곰팡이가 덮이고 케이싱은 천연 돈장이어야 한다. 단면이 너무 마르지 않으며 적당히 촉촉하고 고루 붉은 색을 띠어야 한다. 또한 달콤하고 매콤한 좋은 고기 냄새가 나야 한다.
덩어리로 구입한 살루미는 먹고 남은 것을 종이로 싸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러나 슬라이스로 진공한 것은 먹고나서 남은 것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슬라이스한 프로슈토는 3일 정도 내에 먹어야 하며 살라미나 판체타는 5~7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살라미를 싼 케이싱은 먹지 않고 벗겨내는 것이 좋다.
슬라이스한 햄의 두께는 맛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슬라이스 두께는 직경이 작으면 0.3 mm 정도, 직경이 크면 좀더 얇게 0.15 mm 정도로 슬라이스 한다. 이렇게 얇게 썰려면 햄 슬라이서가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일반 가정에 햄 슬라이서는 흔하지 않다. 필자의 가게에 살라미를 사러 오는 외국인 중에는 집에 햄 슬라이서가 있어서 덩어리로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으로 오면서 햄 슬라이서까지 들고 오는 것을 보면 이들의 요리에 대한 의미는 남다른 것 같다. 살라미를 제외한 부위들은 가능하면 얇게 슬라이스해야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입안에서 지방과 함께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슬라이서가 없다면 델리 샵에서 얇게 썰어 달라고 부탁하거나 집에서 칼로 최대한 얇게 썬다. 샌드위치 안에 차가운 치즈나 살루미, 마요네즈, 샐러드, 차가운 토마토 등을 넣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살루미의 복잡한 맛과 풍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상온으로 먹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치즈와 살루미가 한 사람당 1~2oz(28g~56g) 정도의 적은 양으로 제공되며 올리브나 간단한 샐러드, 그리씨니나 루스틱 브레드(Rustic Bread)를 곁들인다. 때로는 달콤한 버터와 매칭하여 버터의 크리미한 맛과 살루미의 맛이 어울리도록 한다. 과일과 같이 먹으면 살루미의 짠맛과 과일의 단맛이 같이 잘 어울린다. 전통적인 과일 매칭으로 살루미와 멜론 또는 무화과가 있지만 살라미의 경우는 스파이시한 향신료 맛 때문에 배나 무화과 또는 포도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이탈리아인은 장인의 수작업으로 시간과 정성이 쌓여 만들어진 살루미에 대해 존경을 표하며 절도 있는 소비를 한다. 저렴하게 대량 생산한 제품을 무심히 소비하고 남으면 버리는 것보다 적은 양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키운 최상의 돼지를 숙련된 기술과 정성으로 적게는 3년에서 5년에 걸쳐 만들어낸 제품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 음식 문화와 건강한 생태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므로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살루미가 접시에 놓여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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