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값 200원, 어린이가 주인공 - 쿠바 마탄사스 키즈 페스티벌

유 경 숙 - 세계축제연구소 소장, 문화칼럼니스트
유 경 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문화칼럼니스트

일 년 중 어린이들이 가장 설레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해외의 인상 깊은 어린이 축제를 소개해볼까 한다. 쿠바에서 열리는 마탄사스 키즈 페스티벌은 1년 동안 쿠바 정부에서 운영 비용을 지급하는 전용극장을 통해 평소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만든 연극, 무용, 음악극, 미술 등을 보완하고 재구성하여 매년 축제 기간이 되면 한꺼번에 선보인다. 기획부터 연출, 무대, 의상, 연기, 홍보까지 어린이들이 직접 맡아 진행하는 어린이들의 축제이자 어린이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나라, 쿠바의 키즈 페스티벌로 떠나보자.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어린이 축제

쿠바의 마탄사스 키즈 페스티벌(Matanzas Kid’s Festival)은 참 불친절하다. 전화도 안 받고, 주소도 정확하지도 않으며 인터넷 검색해도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사실은 축제를 여는 마탄사스 키즈 페스티벌의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아 축제의 존폐도 매년 불안한 데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지 못할 만큼 주변환경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축제를 소개하자면 쿠바의 정치적 상황을 먼저 소개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쿠바는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한국인을 만나기보다 북한 대사관의 차량을 발견하는 일이 더 자연스러울 정도다. 2015년 오바마 정부 때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가 풀리는 듯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또다시 양국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오랜 경제고립 상황에서 지난 4월 18일에 카스트로(2016년 사망)와 동생 라울 카스트로(87세)가 통치하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권을 맞이했다.
작지만 반세기 동안 기적을 일궈낸 지금의 우리나라는 겉으로 보기에 모든 게 윤택해진 듯 보이지만 문화공간에 가보면 앙상한 실체가 여실히 드러난다. 너무 비싼 공연 티켓 값에 아이만 홀로 들여보낸 엄마들이 로비에서 장사진을 치는 모습은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안타까운 현실인 셈이다. 반면에 개인 재산의 소유가 제한되고 모두가 함께 일하고 분배하는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문화는 다르다. 모두가 함께 즐기고 나눈다는 부분에서 이 축제에 주목하게 되었다.
축제에 피에로 복장을 하고 참여한 어린이 사진

동심(童心)이 만드는 축제

마탄사스는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세 시간가량 자동차로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지방도시다. 쿠바에서는 제법 큰 항구도시지만 막상 현지에 가보면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TV드라마에 나올 법한 낡은 건물들과 자동차들이 즐비하다. 실제로 마탄사스(Matanzas)라는 도시명은 대량학살(大量虐殺)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오래전 스페인의 침략자들이 쿠바 원주민들을 대량 학살하고 이곳에 대규모 농장을 지어 사탕수수와 헤네켄(Henequen, 억센 가시가 돋친 선인장) 등을 경작하며 노동 착취했던 뼈아픈 역사가 깃들어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헤네켄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애니깽’을 이르는 말이다.
이곳에서 매년 5월 어린이를 위한 마탄사스 키즈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축제를 통해 소개되는 모든 공연은 무료로 제공되고 동네 어린이들이 모두 직접 연출을 하고 배우를 맡을 뿐만 아니라 티켓을 팔고 손님을 안내하는 도우미로 역할을 나눈다. 심지어 분장까지도 말이다.
그렇다고 축제 예산을 어른들이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앞서 쿠바의 정치 상황을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쿠바는 2008년 라울 카스트로 집권체제가 되면서 겨우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월 평균 수입이 3만 8천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점점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개인 재산의 소유가 제한되고 배급 체제가 상당 부분 남아있기 때문에 문화예술 활동 비용도 국가에서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마탄사스의 극장 관계자로부터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로? 뭐 이런 곳이 다 있어?’하며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매년 5월 2주간 열리는데, 여건상 2주 내내 열리는 것은 아니고 2주 동안 주말에만 총 4일간 개최된다. 파파로테라는 어린이 전용 극장과 극장 앞의 허름한 골목에서 10편도 안 되는 작은 공연들이 두서없이 펼쳐진다. 1년 동안 쿠바 정부에서 운영 비용을 지급하는 전용 극장을 통해 평소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만든 연극, 무용, 음악극, 미술 등을 보완하고 재구성하여 매년 축제 기간이 되면 한꺼번에 선보이는 것이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어린이들이 직접 알록달록한 무대 의상도 만들고 대사도 외워 배우로 무대에도 선다. 줄거리 또한 상상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돈을 들여 따로 축제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없다.
특히 눈에 띈 작품은 이곳 어린이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는 <선 긋기(Royado)>라는 작품이었다. 어린이 광대극으로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귀엽고 익살스러워 줄거리를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공연을 마친 뒤, 극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어린이를 통역과 함께 인터뷰했다. “친구들끼리 싸우고 편 가르기를 하는 건 나쁜 일이예요”라면서 지난해 이곳 파파로테 극장에 다니던 친구들끼리 싸우고 후회했던 이야기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만든 내용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초라한 축제, 그러나 남미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감동을 주는 유일한 어린이들의 축제이자 어린이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쿠바의 골목 축제이므로 가정의 달 5월에 되짚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골목길에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보는 사진
위로
은행연합회 페이스북 바로가기[새창으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