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하는 나라가 부국 된다

오 정 근 -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글로벌코인평가 대표
오 정 근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글로벌코인평가 대표

우리나라는 현재 1970년대 중화학공업정책으로 발전해 온 산업군에 의지해 경제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임금 수준이 높아진 만큼 이에 따른 산업 구조 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 부분에서도 앞서나갈 수 없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금융을 혁신하여 연관 산업들이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를 실현해야 할 시점이다.

1986년 영국은 ‘빅뱅’이라는 혁명적인 금융개혁을 단행했다. 금융에 관한 규제를 완전히 폐기한 것이다. 당시 유럽 통합으로 탄생한 유럽중앙은행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설립되는 방안이 유력해지자 런던의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마가렛 대처 총리의 결단이었다. 그 결과 런던은 여전히 세계금융 중심지의 위상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도 외환거래 면에서 런던은 뉴욕보다 두 배나 많은 세계 1위의 금융 중심지다.
그런 영국이 2011년 다시 한번 핀테크 혁명을 단행했다. 새롭게 부상하는 핀테크 시대를 맞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런던을 ‘핀테크의 수도(Capital of Fintech)’로 선언하고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누구든 자본금이나 사무실 요건 없이 연락 가능한 메일 주소만 있으면 온라인으로 사업 신청을 할 수 있고 24시간 내 인가해주는 완전 무규제 개혁이다. 그렇게 탄생한 ‘테크 유케이(Tech UK)’는 약 1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2015년에는 부상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대를 맞아 영국령 ‘맨섬(Isle of Man)’을 크립토밸리로 지정하고 관련 기업에 세금, 금융 규제 면에서 획기적인 대우를 해주면서 글로벌 암호화폐공개(ICO)를 유치하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의 연속이다. 영국이 노대국이지만 오랫동안 혁신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암호화폐 성지가 된 스위스의 작은 도시 쥬크

최근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대를 맞아 세계적인 암호화폐 성지로 부상하면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지역은 스위스의 작은 도시 쥬크(Zug)다. 쥬크주(Canton of Zug)는 스위스 26개 칸톤 중 스위스 중앙에 위치한 인구 12만 4천 명의 작은 주다. 이는 다시 11개의 한국 시군에 해당하는 커뮤니티로 나뉘어 있다. 그중 쥬크시(City of Zug)는 인구 2만 정도의 작은 도시다. 이 작은 쥬크시를 중심으로 한 쥬크주에 전 세계 450여 개 블록체인 기업 중 250여 개가 모여들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이더륨재단, 비터코인스위스법인, 한국의 Hdac 등이다. 지난해 일어난 전 세계 암호화폐 공개 39억 달러 중 40%가 이곳에서 진행되었다. 이 때문에 2015년부터 ‘크립토밸리(Crypto Valley)’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기도 불게로니 쥬크주정부 선임경제담당관은 설명했다.
이러니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부족해서 난리라는 즐거운 비명이다. 인구 12만 4천 명인 쥬크주에 글로벌 블록체인 회사 250여 개를 비롯해 금융, 법률, 회계, 정보통신기술 등 각종 고부가가치 고임금 기업들 3만2천여 개가 몰려들고 크립토밸리 콘퍼런스, 블록체인 콘퍼런스, 미트업 등 관련 회의들도 연이어 열리는 등 10만 9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수인력을 양성 공급하기 위해 정보통신대학을 확충하는 등 대학들도 변신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많은 기업인 전문가들로 호텔이 동이나 필자가 방문했을 때 호텔을 구하지 못해 쥬크 인근 소읍의 호텔을 이용해야 할 정도였다. 자연히 금융, 정보통신기술, 사업서비스, 국제회의, 교육, 관광도시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었다.
무엇이 작은 도시 쥬크에 이런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온 걸까. 우선 법인세율이 14.6%로 낮다.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9~10%까지 더 낮추어 주고 있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제로세율을 적용한다고 선임경제담당관은 설명했다. 2020년까지 법인세율을 12%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거의 규제가 없는 기업환경을 꼽을 수 있다. 스위스는 기본적으로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정부주도 경제 정책이 아니다. 민간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바텀업(Bottom Up)방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크립토밸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하는 일은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를 없애고 창의적인 인재를 공급해주는 비즈니스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전부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2013년부터 이데륨재단을 비롯한 글로벌 블록체인기업, 정보통신기업, 금융회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드디어 2015년부터는 누가 붙였는지 모르지만 크립토밸리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판교밸리, 마곡밸리 등 정부가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바텀업 모델이다. 바텀업 모델만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에 힘입어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8만310달러를 기록해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2위다. 룩셈부르크가 작은 도시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스위스가 사실상 세계 1위의 최고소득국이다.
금융은 모든 산업의 기반이다. 따라서 금융이 혁신되지 않으면 금융은 물론 다른 산업의 혁신도 어렵게 되어 성장동력이 약화된다.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저성장국면을 타개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혁신 성장을 통해 기업 투자를 증대시키고 하락하고 있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혁신이 긴요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금융이 혁신되어야 혁신 분야를 발굴해 금융이 공급되면서 혁신성장을 선도하게 되는 것이다.
전구 이미지가 서로 맞물려 있는 이미지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

스위스와 유사한 경우가 싱가포르다. 아시아경제 모델로는 보기 드물게 규제가 없는 국가다. 특히 금융 자유도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법인세도 15%다. 싱가포르는 언제나 각종 조사에서 스위스와 함께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1위, 2위 다툼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그 결과 싱가포르라는 작은 도시국가에 4~5백여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운집하고 있다. 상당수는 아시아본부로 규모도 상당하다. 몇 년 전 필자가 방문했던 글로벌투자은행 두어 곳의 아시아본부는 직원 수가 4천여 명에 달한다고 했다. 자연히 싱가포르는 런던 뉴욕에 이은 국제금융중심지다. 고급인력이 필요하니 세계적인 경영대학원들과 연대한 경영대학원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국제회의도 연이어 열리니 싱가포르는 금융, 교육, 국제회의,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중심으로 환골탈태했다.
한때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하나의 그룹으로 분류되었던 싱가포르는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5만7천713달러로 세계 10위를 기록하며 이제 겨우 3만 달러에 턱걸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로 앞서 가고 있다. 흔히 싱가포르 국민소득 하면 작은 도시국가로 깎아내리는 경우도 있다. 일리가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것은 싱가포르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환골탈태한 산업 구조의 변화를 보지 못하고 있는 단견이다. 임금이 올라가는데 산업 구조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고도화되지 않고 임금 경쟁력이 중요한 굴뚝 산업에 머물러 있으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최근 한국이 성장동력을 상실하여 비틀거리고 있는 근본 이유도 바로 임금 수준은 높아지는데 이를 뒷받침해줄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달되지 못한 데 있다. 우리나라가 현재 고전하고 있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산업 등은 모두 1970년대 중화학공업정책으로 시작되고 발전해 온 산업들이다. 그런데 1970년대 한국의 월평균 임금은 4만5천 원 수준이었다. 이제 360만 원까지 임금 수준이 높아져 산업 구조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신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에 금융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을 혁신하여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면 자연히 교육, 국제회의, 사업서비스, 관광 등 연관 산업들이 발전하면서 산업 구조가 고부가가치화되는 것이다.

경제 성장을 이끌 금융혁신

금융은 모든 산업의 기반이다. 따라서 금융을 혁신하지 않으면 다른 산업의 혁신도 어려워 성장동력이 약화된다.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저성장국면을 타개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혁신 성장을 통해 기업 투자를 증대시키고 하락하고 있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혁신이 긴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금융이 혁신되어야 혁신 분야를 발굴해 금융이 공급되면서 혁신 성장을 선도하게 되는 것이다.
혁신 성장을 위한 금융혁신에는 모험금융자본 육성, 금산융합, 암호화폐공개(ICO) 활성화가 중요하다. 모험금융자본에는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 코넥스 코스닥시장, 인수합병시장이 있다. 벤처스타트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엔젤투자와 벤처캐피탈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코넥스 코스닥시장, 인수합병시장 등 투자자금의 회수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금산분리라는 1970년대의 시대착오적인 도그마에서 벗어나 금산융합으로의 정책 전환도 중요하다.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금융의 융합이 중요한데도 한국은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지분 4%까지만 허용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엄격한 금산분리로 인터넷 은행도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 중국 알리바바는 마이뱅크 지분을 30% 가지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금융혁신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암호화폐공개(ICO)도 블록체인 기반 벤처스타트업들의 새로운 자금조달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이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회사들에게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는 것과 유사한 행위다. 무조건적인 금지는 굴뚝 산업 시대의 잣대가 아닌 급변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구시대적 정책이다. 금지보다는 일반 투자자들도 암호화폐공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암호화폐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스위스의 크립토밸리처럼 한국에서도 암호화폐공개(ICO) 특구를 지정해 법인세인하, 규제혁파로 글로벌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업들을 끌어 들여 크립토밸리를 육성하면 경제도 성장하고 양질의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넘쳐날 것이다. 지금은 혁신의 시대다. 발상의 전환이 시급한 때다.
※ 필자의 글은 은행연합회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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