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과제

이 수 진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이 수 진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일차적으로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과 연대, 자조 정신을 바탕으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함으로써 사회서비스 확충 및 복지 증진, 일자리 창출, 지역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의 모든 경제적 활동을 사회적경제라 칭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현황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는 1990년대 말 빈부 격차, 고용 불안, 고령화 등의 사회 문제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해결해보고자 조직된 기업들이 출현하고 2010년대 초에 이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인증 등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아직은 굳건한 시민사회의 전통 아래 오랜 기간에 걸쳐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어 있는 서구의 여러 나라에 비하면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이나 사회적기업1의 활동이 미약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경제 구성원의 하나인 사회적기업의 경우 최근 기업 수 및 고용과 매출 규모 등의 측면에서 양적으로 성장2하고 있지만, 이들의 사업 역량이 아직까지는 미흡하고 정부 및 공공재원 위주로 자금을 조달3하는 등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이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추진하면서, 2017년 10월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는 사회적기업 지원제도를 통합하여 통일된 정책 방향을 확립하고, 사회적기업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관련 인력 양성 체계를 강화하며, 사회적 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4을 발표하였다.

1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19조에 따라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을 받지 않은 자는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있어, 본고에서는 띄어쓰기로 인증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사회적 기업’을 구분한다.

2사회적경제를 구성하는 경제조직을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제도적 근거아래 사회적기업(「사회적기업육성법」), 마을기업(행정안전부 지침), 자활기업(「기초생활보장법」), 협동조합(「협동조합기본법」) 등으로 나누고 이들을 사회적경제기업이라 칭하고 있는데, 2016년 말 기준 총 1만4천948개의 조직이 9만1천100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일자리위원회 관계부처 합동,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보도자료, 2017년 10월 18일)되었다.

3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및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제1호)으로, 2015년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대부분은 정부보조금(2015년 기준 51.4%)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일자리위원회 관계부처 합동,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보도자료, 2017년 10월 18일

정부의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 및 평가

사회가치기금의 설립

사회적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는 사회적금융5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2018년 2월에 발표된「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6에 나타나 있는데, 크게 사회가치기금(Social Benefit Fund)의 설립,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의 육성, 세제 등 민간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정부 및 공공 부문의 역할 강화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회가치기금은 사회적금융중개기관 등을 통해 사회적금융시장에 자금을 간접적으로 공급하는 민간 도매기금(Wholesaler)으로, 한국형 Big Society Capital(이하 BSC)을 표방하고 있다. 영국의 BSC는 캐머런 보수당 정부에서 사회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금융 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2012년 4월 출범시킨 자금공급기관으로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의 자본 확충을 위한 지분투자를 주로 하고 있으며, 그 재원은 최대 4억 파운드에 이르는 휴면예금과 Barclays, HSBC, Lloyds Banking Group, RBS 등 4대 은행 각각에서 5천만 파운드씩 모은 투자금으로 마련되었다. 이 과정에서 BSC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총 BSC 지분의 60%를 보유7하고 BSC의 운영을 감독하는 Big Society Trust를 설립하고, 이를 사회적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분야를 대표하는 리더 6인으로 구성하였다. 단계적으로 5년에 걸쳐 3천억 원 수준의 기금 규모 달성을 목표로 하는 사회가치기금도 BSC와 유사하게 민간의 자발적 기부와 출연, 출자를 통해 주요 재원을 조성하는 등 민간 주도로 설립되고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투명성, 책임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는 원칙이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기금에 정부와 지자체도 재정 출연 및 출자를 할 예정8인데다 기금의 운용 원칙과 소유 및 지배 구조 등 세부 사항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사회가치기금이 정치 및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는 부분을 최소화한 진정한 민간기금으로서 자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사회적금융(Social Finance)은 사회적경제와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으나(이기송, 『사회적 금융의 나아갈 길』, 은행연합회 웹진 『금융』716호, 2013년), 정부에서는 사회적 기업의 자금조달시스템을 사회적금융이라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관계부처 합동,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 보도자료, 2018년 2월 8일

7나머지 지분 40%는 Big Society Capital에 투자한 4대 은행이 각각 10%씩 보유하나,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은 각각 5%로 제한되어 있다.

8사회가치기금에 정부 및 지자체도 출연 및 출자를 할 수 있으나 그 규모는 민간 재원 이내의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지폐로 만든 언덕 위에 사람이 서 있는 이미지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의 육성

사회가치기금이 도매기금이다 보니 BSC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금을 받아 사회적 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중개기관, 즉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이 필요하다. 이에「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에서는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의 육성을 제안하고 있다. 동 방안에 따르면 정부에서는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인증(Certification)제도를 도입하여 사회가치기금이 자금을 공급할 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사회적금융기관 인증제도의 대상으로는 서민금융진흥원의 민간 사업수행기관9 등 사회적금융을 주요 업무로 수행해 오던 중간지원기관 혹은 전문기관뿐만 아니라 사회적금융을 부수적으로 수행하는 신기술사, 벤처캐피털, 신용협동조합 등 일반 금융회사도 고려되고 있다. 인증제도 대상에 일반 금융회사가 포함된 것은 사회적금융 전문기관의 전국적인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회가치기금의 지원 조직을 증가시켜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일반 금융회사의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 판단되나, 사회적금융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보다는 이윤 극대화의 목적에 따라 경영되는 일반 금융회사의 특성상 이들이 자금 수혜자를 제대로 선별하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기금의 효율적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증제도 자체도 기금 지원 시마다 매번 심사를 되풀이해야 하는 행정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 생각되지만, 개별 기업의 규모가 작고 이윤 극대화보다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힘쓰는 사회적 기업의 특성상 재무제표 및 손익계산서 등에서 산출되는 객관적인 지표들보다는 기업 운영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이로 인해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창출되고 있는지 등 일종의 관계형 금융에서 취득한 주관적이고 깊이 있는 정보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 및 자금 상환 가능성 판단에 유의미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증제도는 장기적으로 여러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인증받은 기관이 사회가치기금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 기업이 아닌 다른 곳에 자금을 공급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와 제도 초기에 인증받은 기관이 실질적으로 사회가치기금의 지원을 점유하게 되어 새로운 중개기관의 출현을 잠재적으로 저지하는 진입 장벽 문제가 있을 수 있다.

9미소금융은 사단법인 신나는조합 등 민간 사업수행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회적기업에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민간자금 및 금융기관의 사회적금융 참여 유도

정부가 제시한 네 가지 정책 방향 중에서 민간자금 및 금융기관의 사회적금융 참여 유도 부문은 민간 참여분에 대해서 세제 지원을 하는 방안과 지역재투자제도 도입 시 사회적금융 관련 실적을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큰 틀만 제시된 상황이다. 지역재투자제도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즉 지역의 조달자금이 지역 내 중소기업 등에 투자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이 검토10되고 있으며, 도입 시 예금수취기관을 대상으로 지역 중소기업 및 저소득자에 대한 자금지원 현황 등을 주기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따라서 만약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책과 연결이 된다면 지원 중소기업의 범주에 우리나라에서 법적·제도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기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수신 대비 여신 비중으로 본 지역 자금의 유출 현상이 은행보다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11 예금수취 비은행금융기관이 지역재투자제도의 영향을 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0금융위원회, 「2018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 보도자료, 2018년 1월 29일

11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수신 대비 여신 비율은 2016년 말 기준 예금은행 108.3%, 저축은행 75.0%, 상호금융 72.2%, 신용협동조합 80.1%, 새마을금고 75.2%이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의 오랜 역사를 지닌 캐나다 퀘벡주나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보면,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금융 모두는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당사자들의 유기적 결합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지역 공동체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믿고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첫째 과업이며, 이후에 지역 내 합의를 거쳐 사회적 금융 수요를 발굴하고 자조 기금을 설립·운용하는 주민 조직을 결성한 뒤 이를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금융중개기관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 및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

민간자금 및 금융기관의 사회적금융 참여 유도와 달리 정부 및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 부문은 가장 구체화 되어 있으며 이미 시행 중인 정책 방향12이다. 동 정책은 크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대출 확대, 보증 확대, 투자 확대와 협동·지역금융의 사회적금융 역할 강화로 다시 나누어지는데, 이 중에서 신용협동조합중앙회의 사회적경제기업 기금 조성과 새마을금고-지자체-금고 간 공동 재원 조성을 골자로 하는 협동·지역금융의 사회적금융 역할 강화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존 정책적 지원의 확대라고 볼 수 있다.
대출 확대의 경우 2016년 9천500억 원 수준이던 서민금융진흥원의 예비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에 대한 대출을 점차적으로 연 50억 원에서 80억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사회적경제 관련 중소기업(2017년 200억 원)과 소상공인에 대해 저금리 장기 대출을 제공(2018년 목표치 400억 원)하는 방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증은 신용보증기금에 사회적경제 지원 계정을 신설하여 2017년 66억 원 수준이던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에 대한 보증 규모를 2018년 400억 원 등 향후 5년 이내에 최대 5,000억 원까지 확대하고, 지역신용보증지원의 경우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만 적용되던 특례보증을 마을기업과 자활기업까지로 그 대상을 확대하여 2017년 97억 원에서 2018년 150억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는 성장사다리펀드 내에 사회투자펀드를 2018년에 300억 원, 향후 5년동안 최대 1천억 원까지 조성하여 사회적기업에 10년 내외의 기간에 투자하는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을 공급하고, 2011년에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는 사회적기업 모태펀드를 75억 원 규모로 추가 조성하여 사회적기업, 예비사회적기업 외에도 마을기업과 자활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며, 총 1천억 원 규모로 소셜벤처(Social Venture)13에 투자하는 임팩트펀드를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12신용보증기금은 2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21억원 규모의 신규 보증을 공급한 바 있다(금융위원회, 「금융위원장, 제1차 사회적금융협의회 개회」, 2018년 4월 4일).

13정부에서는 재무적 성과와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혁신성과 성장성을 보유한 기업을 소셜벤처라 지칭(관계부처 합동,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 보도자료, 2018년 2월 8일)하고 있다.

시사점 및 은행권의 과제

사회적경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문제를 민간 부문에서 자생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근간으로 한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정책 방안에서 살펴볼 수 있듯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정부 주도의 기획과 재정 지원을 통한 정부와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직접적인 대출, 보증, 투자확대를 정책적으로 우선 시행하는 것은 사회적금융을 비롯해 사회적경제가 아직 태동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라는 사회적경제의 근본적 철학에 배치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정부는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공급을 줄여나가면서 민간에 그 역할을 이양할 수 있는 출구 전략(Exit Plan)을 세우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간에서는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나가야 한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의 오랜 역사를 지닌 캐나다 퀘벡주나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보면,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금융 모두는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당사자들의 유기적 결합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지역 공동체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믿고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첫째 과업이다. 그리고 이후에 지역 내 합의를 거쳐 사회적 금융 수요를 발굴하고 자조 기금을 설립·운용하는 주민 조직을 결성한 뒤 이를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금융 중개기관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오랜 시간과 많은 경험이 필요한 작업이며 사회적인 인내를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은행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일정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국의 4대 은행(Barclays, HSBC, Lloyds Banking Group, RBS)처럼 사회가치기금에 기부·출연·출자하거나 현재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수행하고 있는 마이크로크레딧 사업 대상을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확장하여,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지역 사회에 은행의 금융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폐로 만든 집에 사람들이 지폐 모양 판을 움직이고 있는 이미지
위로
은행연합회 페이스북 바로가기[새창으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