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의미 있는 발표를 했다.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발간을 알린 것. 이로써 금융회사의 개인정보보호 업무 지원과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에 따른 명확한 업무 처리기준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 2014년 초 발생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단되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 금감원과 은행연합회 등 8개 금융협회가 꾸린 실무전담반의 결실로, 금융위와 행정자치부 협의를 거쳐 최종안에 이르게 됐다. 그 실무전담반에는 KB국민은행 정보보호부 방기석 차장도 포함돼 있다. 은행연합회 개인정보보호 TFT에 KB국민은행 실무자 대표자격으로 참여해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령과 실무에 참고할 수 있는 업무 기준 정립 등 대대적인 개정안 마련에 힘을 보탰다. KB국민은행뿐만 아니라 은행권, 나아가 금융권 전체의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전환점 구축에 일조한 셈이다.

1998년 1월에 입행했어요. 1년간의 영업점 근무 후 본점 마케팅부를 시작으로 리테일상품부, 수신부 등을 거쳐 2014년 9월부터 현 부서인 정보보호부에서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여느 은행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를 담당해왔지만 입행 초창기 공과금 납부를 위한 무인자동화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은 각별한 보람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공과금을 납부하다 보니 말일이 되면 영업점이 공과금을 내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곤 했는데요. 국민은행이 최초로 공과금 납부를 위한 무인자동화시스템을 만들면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지요. 또, 이번 은행연합회 개인정보보호 TFT를 포함해 은행 실무자 대표 자격으로 두 번의 TFT에 참여했는데요. 많은 구성원 중 한 명에 불과했지만 은행이 한 단계 진화하는 토대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은행의 정보보호부는 대부분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이후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비중이 커지면서 신설되거나 조직 규모가 확대되었습니다. 정보보호부에서는 부서명에서 짐작되듯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모든 일을 총괄하는 은행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데요.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령들이 준수될 수 있도록 전달, 점검 및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임직원 교육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실무자 대표 자격으로 금융권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은행연합회 TFT에 참여했는데요. 얼마 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에 담긴 내용이 그간 TFT를 통해 논의하고 협의한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업무 시 준수해야 하는 기준을 확립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개인 신용정보 수집 및 제공 시 필수사항과 선택사항을 구분해 설명한 뒤 동의를 받거나 법령상 적법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정보보관 시 암호화를 거쳐 보안성을 높이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요. 이처럼 개인정보보호 업무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한편 업무 담당자가 실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판례나 유권해석 등을 곁들이는 작업도 이루어졌습니다. 이로써 개인정보보호 TFT로서의 소임은 일단락됐지만, 지금도 전문위원회 형태로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논의하는 협의체로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TFT인 만큼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이루어낸 성과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 안에서 제가 좀 더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개인정보보호 관련 전산데이터 파기 사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거래 고객의 정보가 들어있는 전산시스템의 파기는 개인정보보호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법령 개정과 관련한 여러 개선사항 중에서도 유독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전산시스템을 바꿔야 하므로 시일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데요. 난항을 겪던 전산데이터 파기 사안을 감독기관의 유권해석을 받는 등의 과정을 통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남다른 보람을 느꼈습니다.

업무적으로 가장 확연한 변화는 달라진 서식입니다. 예전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쓰는 게 당연시되었다면, 바뀐 서식에는 주민등록번호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생년월일만 기재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전산데이터 파기도 뚜렷한 변화 중 하나인데요. 예전엔 파기가 의무사항이 아니었다면 지금은 거래 3개월 이후부터 조회가 금지되는 등 전산데이터 파기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은행 임직원과 소비자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 실무자 입장에서 반가운 변화인데요. 관련 법령 개정과 더불어 관행과 프로세스 등이 바뀌면서 개인정보보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고, 지금은 이를 토대로 건강하게 진화해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이전까지 해왔던 업무가 상품 중심이었다면, 정보보호부는 고객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데다 은행 업무 대부분과 연관되어 있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일조한 만큼 TFT 등의 경험을 동원해 정보보호를 위한 체계를 탄탄하게 다지는 한편, 타 업권이나 감독기관과의 원활한 네트워킹으로 보다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다만 ‘보안 분야는 끝이 없다’는 말이 있듯 4차 산업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오픈 API, 개인화 금융 등 미래금융의 모습은 더욱 다양해지고, 그와 함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보안이 취약해지면서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사생활(Privacy)과 보안(Security)’의 가치와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 개인정보보호 실무자로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수집, 처리, 관리될 수 있도록 신뢰감 있는 금융거래 환경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