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7일, 한국 영화계 역사에 새로운 기록 한 줄이 더해졌다. <부산행>이 개봉 19일 만에 올해 처음이자 한국 영화로는 열네 번째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다. <부산행>이 흥행가도를 달리는 데는 IBK기업은행도 한몫 톡톡히 했다. 총 제작비(119억 원) 중 15억 원을 투자한 것. 350만 명의 관객 수가 손익분기점이었던 이 영화가 천만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기업은행은 이전까지 최고 수익률을 안겨준 영화 <베테랑> 때와 맞먹는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더 고무적인 건 <부산행>과 함께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인천상륙작전> 역시 기업은행의 투자로 완성됐다는 점. 이 영화의 경우 투자금액에 좀 더 무게가 실렸는데, 총 175억 원의 제작비 가운데 26억 원을 투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은행이 징검다리가 된 창투사의 펀드로도 자금 모집이 이루어져 영화 제작비 조달이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니 ‘미다스의 손’, ‘또 하나의 흥행카드’ 등 기업은행의 입지와 위상을 말해주는 수식어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려온 문화계와 저성장·저금리 기조 아래 새로운 수익사업이 절실했던 은행의 컬래버레이션은 이렇듯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었고, 앞으로 그 접점과 수익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쯤 되면 이정환 부장이 이끄는 문화콘텐츠금융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작은 2012년 1월 문화콘텐츠산업 지원 조직을 마련하면서부터였어요. 이듬해 7월 ‘문화콘텐츠금융부’로 조직을 확대하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죠. 기존 은행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서인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사실 문화콘텐츠산업은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위험 산업군’으로 분류되고, 그래서 일부 전략적으로 출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은행권의 지원이 미비한 게 현실이건든요. 이 같은 상황에서 저희는 문화콘텐츠산업이 가진 장점 즉,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에 주목해 이를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는데 은행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문화콘텐츠금융부를 신설하게 됐습니다.

한국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뮤지컬 등 문화콘텐츠에 투자하기 전 투자 적정성을 판단하는 건 문화콘텐츠금융부의 매우 중요한 업무입니다. 이를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영화, 드라마 등의 시나리오를 놓고 진지하게 검토하는 회의를 진행하는데요. 작품성부터 출연 배우의 인지도, 감독의 과거 작품 등 판단 기준이 되는 모든 점을 면밀히 검토하며,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는 투자 가능성을 진단하는 매우 중요한 절차로, 심혈을 기울여 투자 대상을 정하기에 작품 하나하나에 각별한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그중에서도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은 제작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 부서가 시나리오만 보고 투자를 선택한 작품입니다. 당시 연출을 맡은 김학순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벌어진 연평해전을 온 국민이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 제작에 나섰지만, 전투장면이 많은 영화를 찍기엔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어요. 대출마저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차에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기업은행이었죠. 문화콘텐츠금융부는 기본적으로 <연평해전>이 온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의미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좋은 작품으로 판단했고, 여기에 감독의 열정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의 힘, 영화의 완성도를 고려해 30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지부진했던 영화는 다시 안정적인 제작 스케줄을 가동할 수 있게 됐고, 기업은행이 투자에 이어 마케팅에까지 일조하면서 기대 이상 흥행하는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지요.

문화콘텐츠금융부가 투자한 영화로는 <연평해전>, <베테랑>, <암살>, <검사외전>, <명량>, <히말라야>, <관상>, <수상한 그녀>,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터널>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인데요. 영화 외에 드라마와 뮤지컬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드라마로는 <옥중화>, <국수의 신>, <치즈인더트랩>, <달콤살벌 패밀리> 등이 있으며, 뮤지컬 <프랑케슈타인>, <오케피>, <캣츠> 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뽀로로>, <넛잡>, <로보카폴리> 등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분야에도 지원했지요.
이 가운데 <베테랑>, <연평해전>, <암살> 등은 지난해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영화이자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로, 올해는 <검사외전>, <부산행>, <인천상륙작전>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어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앞에서도 언급한 <연평해전>은 그동안 전략적으로 출자한 것과 달리 직접 투자주관사로서 나선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여성 관객층과 20대 젊은 관객층의 지지를 받으며 지난해 개봉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600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지요. 그에 따라 저희 기업은행도 큰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고요. 이러한 투자 성공 경험이 좀 더 규모 있고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올 하반기에도 기업은행이 선택하고 투자한 흥행 기대작들이 대기 중입니다. 그중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밀정>은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한 송강호와 공유가 출연한다는 점만으로도 흥행이 점쳐지고요. 드라마로는 이준기, 아이유 주연의 <달의 연인 - 보보경심:려>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를 책임진 <인천상륙작전>입니다. 할리우드 배우 리암니슨과 이정재, 이범수 등 굵직한 배우들이 출연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지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제작비에만 총 175억 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인데요. 사실 제작사는 영화 <포화 속으로>와 드라마 <아이리스>를 제작한 (주)태원엔터테인먼트로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강소기업입니다. 중소제작사로서 이런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연평해전>에 이어 또 한 번 투자주관을 맡은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가 있었기에 완성도 높은 대작이 탄생했다고 자부합니다. 무엇보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베일에 싸인 켈로 부대 영웅들의 이야기가 사실에 근거해 국민의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으리란 저희 부서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고요. 중소제작사의 역량 강화와 우수 문화콘텐츠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자 투자를 결정한 만큼 영화 흥행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투자영역 확대와 더불어 투자방식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 일환으로 문화융성 분야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위해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크라우드펀딩 마중물펀드 100억 원을 조성했는데요.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문화콘텐츠로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첫 사례입니다. 이에 힘입어 저희는 앞으로도 문화콘텐츠 분야의 새로운 자금조달방식인 크라우드펀딩 투자를 활용해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 공연에 집중했던 투자영역을 좀 더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우수한 콘텐츠 보유에 제작능력까지 갖추고 있음에도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하다거나 제작비가 부족해 실력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하는 곳에 지원함으로써 실력 있는 문화콘텐츠 기업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가 적극 도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