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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이슈 : 탈세계화와 기술 진보

이달의 경제이슈 : 탈세계화와 기술 진보
<윤 석 천-경제칼럼니스트>
20세기는 낙관의 시대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선진국은 인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성장을 구가했으며 수많은 신흥국이 그 뒤를 이어 고도성장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는 ‘세계화 = 글로벌화’ 덕분이었다. 우리는 글로벌화된 세계에 살고 있다. ‘지구촌’이란 단어는 이제 진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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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세계화란 세계 무역과 금융이 통합된 현상을 말한다. 이는 통신과 운송 기술의 발달로 가능했다. 국가 간 상품·용역·자본·노동의 이동이 빠르게 늘었다. 국가 간의 관계는 더욱 상호의존적이 됐으며 사람, 돈,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은 과거엔 상상할 수 없던 수준까지 치솟았다.
    ‘세계화’를 가능하게 한 동력은 기술의 진보였다. 지난 50년, 기술은 거의 무한 진보를 했다. 그중에서도 통신과 운송 기술의 발전은 세계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세계화의 전제 조건은 인적·물적 자원의 자유로운 전파 혹은 유통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통신과 운송 기술의 진보야말로 세계화의 촉진제였다. 이 두 기술로 ‘세계화’가 가능했다.
    통신과 운송을 누구나 쉽게 무엇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국제 무역은 물론 인적 교류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세계화는 정치적 의사결정의 산물이었지만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꿈이었다.
    그런데 지난 50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해온 세계화의 속도는 점차 느려지고 있다. 이에 더해 ‘탈세계화’ 혹은 ‘지역화’ 조짐까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이를 상징하는 하나의 사건이다. 유럽통합이란 거대한 꿈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미 공화당의 대선주자인 도날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한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를 주장하면서 신고립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에 맞서 미국의 제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공정한 무역협정에 대한 반대의사를 강조했다. 힐러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의 보호무역주의다. 확대하면, ‘지역화’이다.

  • 기술은 세계 경제의 양태를 바꿀 것이다. 글로벌 통합은 후퇴할 것이며 로컬 생산과 투자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컨테이너 선박, 제트여객기, 위성, 뮤추얼펀드가 없었다면 세계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기술은 세계화보다는 지역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적층가공, 가상·증강현실, 세련된 로컬 푸드 생산시스템은 우리를 지역화로 몰고 갈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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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세계화를 결정짓는 요인

    그렇다면 탈세계화의 바람이 부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린 정치적, 경제적 원인만을 생각한다. 세계화로 인한 개인, 국가 간 불평등의 심화는 타국에 문을 닫는 원인 중 하나이다. 일자리 상실과 소득 감소 등에 직면한 선진국 경제주체들의 불만이 개방에 빗장을 걸어 잠그는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것만이 원인일까? 아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기술의 진보다. 눈부신 기술 혁신이 탈세계화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50년이 기술 진보로 인한 세계화 시기였다면 향후 50년은 또 다른 기술 진보에 의한 탈세계화 시대가 될 것이다.
    탈세계화를 이끄는 첫 번째 기술은 재생에너지다. 화석연료는 원가가 가장 낮다. 이미 개발 인프라가 완비됐기 때문이다. 저장소, 부두시설, 송유관 네트워크, 철도, 전력선 등은 성숙 단계이다. 이들을 건설하는 목적은 하나다. 연료를 생산된 곳에서 소비되는 곳으로 나르기 위해서다. 이것이 화석연료의 가장 큰 약점이다. 대규모 시설과 운반의 필요성은 화석연료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연료를 필요한 곳까지 운송하는데 들어가는 시설과 비용은 비쌀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대체에너지인 태양에너지를 생각해보자. 오늘의 기술은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설치해 집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는 배터리 기술의 발달로 밤에도 에어컨을 가동시킬 수 있다. 심지어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도 있다. 태양에너지 기술은 화석연료를 거의 완전히 대체가능하다. 그 원가 또한 계속 하락할 것이다.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장점은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화석연료를 운반할 필요가 없는 세계 경제는 현재와는 다른 모습을 하게 될 것이다. 화석연료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효익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세계화 필요성의 한 축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세계화 대신 지역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두 번째 기술은 바로 3D 프린터다. 제조업은 글로벌화돼 있다. 우린 외국산 제품을 매일 사지만 그것이 어디서 만들어지는 지에 관해서는 무관심하다. 외국산 제품의 소비가 일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글로벌화된 제조는 운송 문제를 낳는다. 항구와 공항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이 하역된다. 하역 후 분류돼 트럭이나 기차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운반된다. 이는 자원과 시간의 낭비를 초래한다. 만약 최종 소비자 가까이에서 소량의 완성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게다가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면 이런 거대한 시스템은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3D 프린팅 기술이 그것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상업적 규모의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이 일상화되고 있다. 적층가공이란 3차원 물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원료를 여러 층으로 쌓거나 결합시키는, 입체(3D) 프린팅이 작동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기존의 제품은 재료를 자르거나 깎아서 생산하는 절삭가공(Subtractive Manufacturing)인데 반해, 입체(3D) 프린팅은 재료를 층층이 쌓아 만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적층가공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에 있다. 동일한 장비를 사용해 완전히 다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기계 설비를 조금만 손보면 된다. 이것은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가능케 한다. 동일한 물건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전문화된 공장 대신에 로컬 제조업 센터는 이 기술을 이용해 필요한 제품을 필요한 양만큼만 만들어낼 수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량 생산하는 제품의 단조로움 대신에 소매상은 로컬 제조업체를 통해 정확히 로컬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 공급할 수 있다.
    그렇다면 로컬 제조는 글로벌 공급망을 완전히 대체할 것인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수송량을 줄일 것임엔 틀림없다. 소비자들은 동일하거나 낮은 가력으로 질 높은 제품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글로벌화된 제조보다는 로컬 제조가 대세가 될 것은 분명하다. 세계화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세 번째로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탈세계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통신기술은 엄청난 진보를 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우린 모니터 앞에 앉아 서로를 보며 다른 사람과 대화한다. 함께 서류를 검토할 수도 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기는 하나 직접 대면하는 것과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이 갭을 줄여줄 것이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은 비즈니스 형태를 바꾸게 될 것이다. 이들 기술을 이용해 서로 다른 국가의 사람들이 가상 회의실에서 만나 진짜 현실처럼 회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톤 등을 직접 만난 것처럼 느낄 수 있어 가상회의는 실제와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상·증강현실은 비즈니스가 물리적 대면 없이도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거대한 운송, 수송 인프라와 그것에 투입되는 에너지와 자원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세계화 필요성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집, 대체에너지, 나무가 들어있는 전구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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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혁신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지역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농업에 부는 기술 혁신으로 ‘지역화’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린 여행을 하지 않고도 세계 여러 나라의 식품이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서울에 살지만 바나나를 먹고 싶다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는 글로벌화된 농산물 공급망, 즉 세계화 덕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중앙아메리카나 동남아 기후를 재현할 수 있다면 서울에서도 바나나를 생산할 수 있다. 오늘의 기술은 습도, 토양의 질, 온도, 햇볕 등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단,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외국산 바나나를 수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최신의 LED 발광기술이 이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LED는 농업에 필요한 전기량을 극적으로 감소시켰다. 태양광, 풍력, 기타 재생에너지원과 결합된 인도어(In - door) 바나나농장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심지어 알래스카에서도 할 수 있다. 신선식품은 충분히 로컬화가 가능하다.
    모든 농산물을 로컬화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중앙집중화된 혹은 글로벌화된 생산은 여전히 곡물, 육류 등에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생산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농업기술이 발전할수록 세계를 이동하는 식료품의 양은 많이 줄어드는 반면 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양은 늘어날 것이다. 먹거리 충족을 위한 세계화의 필요성 역시 지금보다 축소될 것이 분명하다.
    로봇 기술 역시 주목해야 한다. 로봇은 그것이 설치된 장소와 무관하게 동일한 원가와 속도로 똑같은 생산성을 낸다. 이제 노동원가를 줄이기 위해 최종소비자에게서 멀리떨어진 곳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필요성이 줄고 있다.
    사람 대신 로봇을 쓰기 때문에 임금이 싼 해외에 공장을 건설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세는 소비자에게서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세계화보다는 지역화의 추세가 될 거란 얘기다.
    기술은 세계 경제의 양태를 바꿀 것이다. 글로벌 통합은 후퇴할 것이며 로컬 생산과 투자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컨테이너 선박, 제트여객기, 위성, 뮤추얼펀드가 없었다면 세계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기술은 세계화보다는 지역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적층가공, 가상·증강현실, 세련된 로컬 푸드 생산시스템은 우리를 지역화로 몰고 갈 토대가 될 것이다. 물론 기술만이 세계화와 지역화를 가르는 변수는 아니다. 정치적 의사결정, 중앙은행의 정책, 국제무역협정 등도 중요 변수이다. 하지만, 기술의 변화, 진보를 거스를 수는 없다.
    유용한 혁신은 그것이 발명된 후에는 거의 사라지지 않는다. 억제되거나 연기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운송에 기초한 글로벌화된 경제는 기술이 성숙할수록 약화될 것이다. 기술은 세계화의 기본 원칙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초가 흔들리면 세계화는 무너진다. 비록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초입에 있다. 향후 50년, 세계는 분명 지역화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이제 그것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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