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는 금융 및 경제 활동에 구조적인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을 전망이나, 관련 변화는 시간축·시장 및 지역 등에 따라 동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축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하고, 현금이 필요 없는 편의성 등에 따라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을 통한 전자결제 분야에서 먼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새로운 통화로서의 위상이 강화될 소지가 높다. 예를 들면, 가상통화가 장기적으로 미국의 달러화를 대신해서 국제거래에서 기축통화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한 신흥국의 공용통화에서 가상통화가 달러화를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가상통화로 결제 가능한 상품 비중이 커지는 한편 이를 이용하는 경제권이 확대되면, 가상통화로 급여가 지급되거나 대출과 주식투자 등이 이루어지는 일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먼 미래에는 선진국에서도 가상통화가 일상적인 통화로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에서 현금 사용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향후 금융거래에서 구조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가상통화가 비트코인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기존 비트코인이 안고 있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가상통화가 등장하면서 금융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가상통화는 기존 통화형태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국가에 의한 통화 독점이 종료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미래 화폐금융시스템에서 통화의 점진적인 분권화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가상통화의 보급 및 확산에 따라 각국의 금융규제 운용과정에서 기존 화폐금융시스템의 규제를 가상통화에 적용할지가 가상통화 이용자 등에게는 중요하다. 법적인 통화의 위치가 부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의 주요 업무인 예금·대출·외환거래 등에서 가상통화 활용이 커지면, 가상통화 이용자에게는 은행과 같은 예금자보호기능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상통화 법규의 국제적 논의는 2015년 6월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테러 자금조달 및 관련 자금세탁방지 차원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G7 정상회의에서는 가상통화 및 여타 새로운 지급수단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포함해 모든 금융흐름의 투명성 제고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 Financial Action Task Force)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한편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요국들은 가상통화에 대해 상업적 활용 정비보다는 자금세탁방지와 테러 자금제공 대책에 초점을 맞춘 규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후 2015년 6월 FATF를 통해 가상통화에 관한 지침이 공표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가상통화와 법정화폐(Fiat Currency)를 교환하는 거래소에 대해 각국이 등록과 인가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본인 확인절차로 자금대출 규제 등을 부과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국제기관의 논의와 달리 주요국들도 가상통화와 관련된 법규를 도입하거나 검토 중에 있다. 우선 미국의 FinCEN(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은 2013년 3월 가상통화와 관련된 발행·입수·판매·교환 등을 이용하는 사용자·관리자·거래소 등은 은행비밀보호법에 적용한다고 공표했다. 아울러 뉴욕주 금융서비스국은 2015년 6월 가상통화와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가 취득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유럽에서는 은행감독청(EBA : European Banking Authority)이 2014년 7월 가상통화 관련 규제를 공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 등에 의한 가상통화 취급을 금지하는 한편 거래소를 자금대출 대상으로 규제하는 것은 단기적 조치라고 정의하고, 거래소 등에 대한 각종 규제(내부체제 정비, 고객계좌의 구분, 자본요건)를 마련하는 장기적인 조치를 제안했다. 현재 유럽위원회는 포괄적인 규제 범위를 중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법률상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통화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지만, 현재 가상통화와 금전 교환과 관련된 법규의 정비가 논의되고 있다. 2015년 4월에 공표된 금융심의회의 결제업무 등에서 명시화된 내용으로는 가상통화 등 새로운 형태의 결제 수단에 대해서도 이용 실태 점검과 함께 범죄 등 기타 부정한 목적의 이용 가능성, 국제적인 규제 동향 등을 기초로 필요에 따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자금세탁방지 등의 관점에서 FATF 권고 등을 수용해 보다 구체적으로 가상통화와 현금 교환을 수행하는 거래소 등에 대한 규제가 검토되고 있다.

현재 주요국에서 검토되고 있는 가상통화 관련 법규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자금세탁방지와 같은 범죄 억제의 접근으로 기존 대출 규제 등을 가상통화에 포함하는 것이다. 둘째, 금융거래에서 법적인 근거를 명시하는 접근으로 이는 국가별로 방향성의 차이가 크며 가상통화의 사용이나 취급을 포괄적이고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외에도 규제의 차별화는 금융상품·결제서비스·예금·원자재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각국의 법규 차이는 가상통화가 기존 금융사업의 어느 분야와 밀접하게 관련되면서 금융업의 흐름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와 가상통화를 활용한 금융업에 대해 어떤 개념을 지니는지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국제적인 공조 속에서 자금대출 규제가 대상으로 논의되는 이유는 가상통화의 국경을 초월한 거래와 높은 익명성, 국가별 규제의 상이함 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통화를 활용한 금융업 규제를 설정하는 경우에는 전통적인 법정화폐와는 다른 규제 대응이 요구된다.
가상통화 금지와 같은 논의가 나오는 것은 가상통화가 기존 질서를 파괴할 만큼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일부 국가에서는 가상통화를 활용한 금융업 전개가 당국의 협조와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법규와 가상통화의 조화가 필요한 이유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상통화의 활용 가능한 금융서비스 범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가별 상이한 가상통화에 대한 법적 위상 부여는 금융업 전략에 기초해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가상통화 규제는 모두 현 시점에서 문제되는 내용을 근거로 설정하는 것이므로, 향후 각국의 가상통화 관련 법규 정비 움직임은 차별화돼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가상통화를 활용한 금융업 활용에 소극적인 국가들도 주요국의 규제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금융업에 있어서 가상통화 및 관련 기술이 초래하는 최대 변화는 수익성과 상관관계가 높은 고객과의 접점(Interface)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가상통화 외에 핀테크도 금융거래에서 고객과의 연결을 은행이나 여타 금융회사로부터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가상통화는 기존 법규 범위 밖에서 접점을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확대하는 전략에 필요한 관련 업무가 국가 규제에 포함될지 여부는 규제의 범위 밖에서 활동하는 주체에 접점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고객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 모델 전환을 모색할 것인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트코인의 매매 중개, 비트코인과 자국 통화 또는 외화와의 거래, 비트코인 계좌의 개설, 해당 계좌 간의 비트코인 이전 등에 대해서는 은행법에서 규정하는 은행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간주되고 있어, 은행이 직접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곤란하다. 또한 규제 관점에서는 가상통화를 통한 대출로 조합된 신용창출이 정책당국의 금융감독시스템 범위에서 벗어난다. 만약 가상통화를 활용한 은행의 유사 업무가 은행 업무에 해당한다고 간주하더라도 가상통화에서는 은행이 최종결제를 수행하는 유일한 주체가 아니므로, 은행의 공공성 등에서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와 같이 결제 업무를 포함해 일련의 금융거래를 분리하고 일부 분야에 특화하면서 IT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관련 사업과 비교하면 가상통화는 시장이나 경제구조 변화에서 잠재력이 적지 않고 규제가 미치는 영향력도 매우 큰 편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개별 기업들은 가상통화의 미래와 규제동향을 인식하는 것은 물론 향후 발생하게 될 내용을 적극적으로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기존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새로운 사업기회 등의 판단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