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가치창출] 마지막 남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 > Vol 744 Mar 2016 > 금융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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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가치창출 : 마지막 남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

정치인들이 타고 가던 버스가 도로를 벗어나 농장의 커다란 나무에 부딪혔다. 근처에 사는 늙은 농부는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큰 웅덩이를 파고는 타고 있던 정치가들을 모두 묻어버렸다. 며칠 뒤, 부서진 버스를 발견한 경찰이 농부에게 물었다.

“타고 있던 정치인들은 모두 어디에 있습니까?”
“다 묻어버렸죠.”
“생존자가 하나도 없었단 말입니까?”
“몇몇 사람들은 자기가 죽지 않았다고 말을 했습니다만 ….”
“그런데도 땅에 묻었단 말입니까?”
“하지만 ….”
농부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정치인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 하는지는 당신도 알잖아요?”

일반적으로 신뢰는 일방의 선언이나 계약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자발적 감정 유발에 의해 형성되는 교감이다. 이러한 특성때문에 신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형성되기 어려우며 한번 손상된 신뢰는 회복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위의 유머처럼 일반 국민들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많은지 방증하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하루 아침에 뱀에게 물리면 십 년을 새끼줄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한번 깨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즉, 신뢰를 깨지 않는 것이 좋은 신뢰를 형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함을 시사한다.

공감이 덜 가는가? 그렇다면 유년시절 한번 정도 읽었을 법한 ‘양치기 소년’ 우화를 떠올려보라. 양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킨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어른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가져오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소년이 반복해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실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어른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았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결국 마을의 모든 양은 늑대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양치기 소년의 우화는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뢰의 상실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엄청난 불신과 희생을 안겨준다. 신뢰의 상실은 국가의 어려움도 가져올 수 있다. 1997년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에 봉착하자 한국 정부와 기업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하는 바람에 금리와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나라 경제가 어려움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결국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방경제에서 신뢰가 매우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처럼 신뢰는 개인과 기업,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주요 원천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웃마을의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전해들은 옆 마을의 착한 양치기 소년은 거짓 없이 양들을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착한 양치기 소년의 눈앞에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은 큰소리와 경보시스템을 작동했지만 이웃마을의 소문에 길들여진 마을 주민들은 ‘이런... 이웃마을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우리 마을에도 전파 되었군, 못된 것은 빨리 배운다더니...’라고 생각하며 소년을 도우러 가지 않았다.
다행히 이웃마을의 양치기와 달리 착한 양치기는 혼자의 힘으로 힘들게 늑대를 몰아냈지만, 오히려 그 소년은 거짓말쟁이 양치기가 되어버렸다. 한참 후 한 마을주민이 “아니 안 그래도 혹시나 해서 올라가봤더니 역시나 아무일도 없었더라구”라는 말을 다른 주민에게 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착한 양치기는 몇 차례 늑대가 출몰했지만 경보시스템을 작동하지 않고 양들을 지켜냈다. 착한 양치기는 경보시스템을 울릴 수록 더욱 거짓말쟁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점점 더 잦아지는 늑대의 출몰에 착한 양치기의 능력은 한계에 다달았고 결국 몇 마리의 양이 희생됐다. 눈에 보이는 피해가 생기자 마을 사람들은 착한 양치기 소년에게 “게으름 피우느라 경보시스템도 울리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소년은 너무나 억울했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결국 마을 주민들에게 실망하고 마을을 떠났다.
이처럼 한번 깨진 신뢰는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악영향을 전이시킨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자신에게 냉정하게 물어보라. 나는 어떤 신뢰의 냄새를 풍기는 사람인지 ….

최근 대학생들은 결혼관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배우자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가치관의 일치’를 꼽았다. 그동안 우선순위를 차지했던 경제력과 물질적 배경은 4위와 5위로 물러남으로써 물질적 가치보다는 인간적 신뢰의 확보가 우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동기부여가인 브라이언 트레이시(Brian Tracy)도 인생의 성공은 85%가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신뢰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뢰형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신뢰를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믿음 정도로 이해한다. 혼자서 상대방을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는 있지만 신뢰는 관계를 바탕으로 상대방 또한 참여하고 반응해야 한다. 이것이 신뢰의 기본 속성이다. 하지만 신뢰의 발현은 자신에게서부터 시작된다. 즉, 신뢰는 자신의 자아를 확립하는 곳부터 시작돼야 한다.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를 지니고 살아간다. 내적인 자아는 내가 자연스럽게 느끼는 나 자신을 말하며, 이와 반대로 외적인 자아는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나를 의미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행동, 또는 직장이나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하는 행동에 커다란 괴리가 있다면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에 큰 격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격차가 크면 클수록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내가 맡은 다양한 역할에 대한 혼란이 커진다.
이 자아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제대로 인지하고 안과 밖의 사람들에게 포장되지 않은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야 한다. 즉,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의 일치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때 신뢰형성의 출발점이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영웅이었던 피트 로즈(Peter Rose)의 삶속으로 들어가 보자.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안타(4천256개), 최다 경기출장(3천562경기), 최다 타석(1만 4천53타석), 월드시리즈 MVP(1975년) 등의 화려한 경력을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사생활은 문란했으며, 심각한 도박 중독에 빠져 있었다.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피트 로즈는 1989년 8월 신시내티 감독 시절 승부를 걸고 도박을 한 혐의가 발각돼 메이저리그에서 영구 추방됐다.
피트 로즈는 왜 이처럼 뻔히 보이는 결말을 예상하지 못�像뺑�? 야구선수나 감독으로서 도박은 치명적인 결점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끊지 못했을까? 야구 인생을 살면서 거짓말로 일관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한 선수로 포장된 그의 삶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의 내면을 전혀 성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삶이 다른 선수들과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차이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야구선수 시절에는 그의 태도와 행동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고 도박은 즐길만한 취미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역을 은퇴하자마자 주변 사람들과 신뢰가 깨지면서 처절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자신의 내면적 성찰을 가진 후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야구 역사에 있어서 나 자신과 내 기록이 가지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권리와 의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몰랐고 그에 관한 자기통제도 미숙했다. 나는 내 특권만 신경 썼을 뿐 거기에 따르는 의무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의 회고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시하는 게 무엇인지 성찰한 후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의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신뢰받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한 자아상을 확립해야 한다. 자아상은 육체의 일부분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는 무의식 속의 ‘관리인’이다. 피트 로즈는 외형적 성공에 비해 자신의 자아상은 빈민가에 버려진 어린아이 정도로 치부하고 희생자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삶을 체념했다. 자아상은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받는 경우에 긍정적으로 형성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존재, 또는 능력 등에 대한 자기 자신의 주관적 평가에 선행적인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남들과도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관계를 망치게 된다. 다음의 이야기를 보자.

어느 날 찢어지게 가난한 선비의 집에서 스님이 뜻밖의 시주를 받게 됐다. 스님은 감사의 뜻으로 선비의 손금을 봐주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선비님! 오늘 죽을 운명인 것 같소. 특히 밥그릇을 조심하시오.” 스님의 말에 깜짝 놀란 선비는 밥그릇을 방문 가에 들여놓고 한 발자국도 안 나왔다. 그러나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힌 남편에게 화가 난 아내가 벌컥 문을 여는 바람에 뒤에서 날아온 밥그릇에 맞아 선비는 결국 죽고 말았다.
선비가 스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선비와 밥그릇 이야기는 자신에게 어떤 기대를 하면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는 심리학의 ‘자기 충족적 예언’ 이론을 말한다. 남의 말을 의식한 탓에 실제 ‘말하는 대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를 긍정하고 건강한 자아상을 확립하는 것은 신뢰를 넘어 개인의 성공과 행복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이다. 그 이유는 자기 충족적 예언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의 행동은 자아상과 같이 연결되어 있으며 그런 자신이 자기 모습 그대로 현실로 반영된다.

캘리포니아에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레드우드라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높이가 100미터이며 성장도 빨라서 화창한 날에는 묘목이 해마다 1.8미터씩 자란다. 다른 나무들은 폭풍우가 불어오고 비바람이 치면 뿌리가 뽑히고 부러지나 레드우드는 오랜 세월 동안에 모든 비바람과 수많은 지진을 견뎌내고 현재까지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어떻게 이 나무가 이렇게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알아보기 위해서 뿌리를 파보니 그 뿌리가 땅 밑으로 깊이 들어가 큰 바위를 안고 있었다. 위에서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큰 바위를 안고 있으니 흔들리지 않고 천년이 넘도록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레드우드의 뿌리가 큰 바위를 안고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인간도 자신의 내면에 흔들리지 않는 자아상을 안고 있다면 굳건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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