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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 야구와 삶의 경제학, 영화 <머니볼>

영화로 읽는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 야구와 삶의 경제학, 영화 <머니볼>
<손 정 빈-뉴시스 기자>
야구에 대입한 경제학을 통해 삶의 경제학까지 이야기하는 영화 <머니볼>. 숫자적인 요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꼭 숫자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하고 스릴 넘치며 재미있는 사건들이 펼쳐지는 야구와 인생은 매우 닮아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런 스포츠와 삶의 면면을 교차해 보여주며 진정한 야구란 무엇이며, 이를 바탕으로 진짜 인생이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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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학의 대전제, 그 이상이 담긴 영화 <머니볼>

    빌리 빈은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이다. 2002 시즌을 앞둔 그의 팀은 위기에 처해있었다. 팀의 간판타자인 제이슨 지암비와 자니 데이먼, 그리고 마무리 투수 제이슨 이스링하우젠이 모두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것이다. FA가 된 선수를 잡는 방법은 모두가 알다시피 돈이다.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데 선수가 팀을 떠날 이유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어슬레틱스 구단이 ‘스몰마켓 팀’이라는 사실. 다시 말해, 어슬레틱스는 선수 한 명당 700만~1천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팀이다.
    2001 시즌에 어슬레틱스는 월드시리즈에 나가지 못했다.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에서 첫 두 경기를 이기고도 내리 세 번을 져 패자가 됐다. 메이저리그 모든 팀의 목표는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그리고 디비전시리즈는 그 첫 관문이다. 뒤에는 챔피언십시리즈가 있고, 그 다음이 월드시리즈다. 빈 단장의 목표도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그런데 전력 보강은커녕 주축 선수 셋을 팀에서 내보내야 한다니 그의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야구에 관해 말하고자 <머니볼>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빌리 빈은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이다. 현재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을 맡고 있는 실존 인물이기도 하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했고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64만 명만이 봤다. 그런데 왜 이 영화냐 하면 <머니볼>에는 경제학의 대전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 경제학의 대전제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이 영화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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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끌어내라

    “그 친구는 스윙이 일품이야”, “멋진 외모도 가지고 있어”, “폭발력이 있는 선수야” 등 지암비를 대체할 선수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어슬레틱스의 스카우트들은 추상적인 말만 늘어놓는다. 그러자 빌리 빈 단장이 말한다. “생각을 바꿔야 해요. 우린 양키스가 아니란 말이에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에게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한 시즌에 홈런 38개에 120타점을 올릴 선수를 헐값에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없으니까. 그렇게 대책 없는 상황에서 그는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의 단장 마크 샤피로를 찾아간다.
    바로 그곳에서 빌리 빈 단장은 피터 브랜드를 만나게 된다. 브랜드가 샤피로와의 선수 트레이드에 재를 뿌렸기 때문에 우호적인 관계로 시작하진 않는다. 그러나 빈은 도대체 브랜드가 샤피로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트레이드가 무산됐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에게서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들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어요. 모두가 선수를 사려고만 해요. 중요한 건 승리를 사는 일이에요. 득점을 해야죠. 야구계는 구태의연한 사고에 갇혀 있어요. 사고를 바꾸면 모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거예요.”
    피터 브랜드는 미국 명문 예일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온 인물이다. 그의 실제 모델은 빌리 빈의 오른팔이었고, 현재 뉴욕 메츠의 부단장을 맡고 있는 폴 디포데스타로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왔다. 이름과 학교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브랜드(디포데스타)가 수와 통계를 다루는 인물이라는 것. 브랜드는 선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려 했다. 다양한 통계를 활용해 야구를 세밀히 분석하고 수치화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는 저평가된 선수를 싼값에 사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빈 단장의 목표와 부합한다. ‘최소비용 최대효과’, 경제학의 대전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모든 분야에 경제학이 틈입한 상황에서 스포츠라고 다를 건 없다. 스포츠는 외적으로 보면 사람의 신체를 활용해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인간적이지만, 구단 운영이라는 내부적인 측면에서는 철저히 계산적이다. 프로야구란 돈이 움직이는 곳이고, 돈은 야구를 보는 관중에게서 나온다. 팬은 승리를 원하니 구단의 승리는 그 자체로 돈인 것이다. 심플하다.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지 않겠는가. 그 역할을 하는 게 분석이고, 분석은 경험과 직관이 아닌 숫자와 통계로 이뤄진다. 수는 명쾌하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쓰는 방식인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이다. 빌 제임스가 창안한 야구 분석 방식이다. 제임스는 눈에 보이는 통계, 즉 홈런이나 타점·안타수 같은 것(최근에는 이를 ‘클래식 스탯(Classic Stats)’이라 부른다)으로는 선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 구체적인 통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고안해낸 것이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나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과 같은 것들이다. 영화 <머니볼>은 이런 복잡한 통계 대신 비교적 간편한 통계인 출루율로 영화를 풀어나간다.

  • 야구는 경기 자체로만 본다면 지극히 감동적이지만 구단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철저하게 계산적일 수밖에 없다. 삶 또한 야구와 마찬가지로 양면성을 지닌다. 물론 어떤 결과를 내놓기 위해 사용하는 숫자와 그래프, 그것들이 산출한 결과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는 일은 삶이든 야구든 짜릿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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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지 않았던 절반의 성공

    빈 단장과 브랜드가 합의한 부분이 바로 이 출루율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결국 더 많이 진루한 팀이 이기는 경기이다. 빈과 브랜드는 안타로 나가든 볼넷으로 나가든 혹은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가든 진루할 수 있는 타자를 사들인다. 멋진 외모에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를 갖췄지만 출루율이 낮은 타자보다는 외모도 별로고 홈런도 치지 못하지만 볼넷을 골라내 출루할 수 있는 선수들을 사들인 것이다. 또 투구 자세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저평가 받은 투수를 마무리 투수로 영입한다.
    그러나 기대득점과 기대실점,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필요한 총 득점과 총 실점, 필요한 승수, 그리고 출루율 등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를 기존의 스카우트들이 곱게 볼 리가 없다. 또한 이런 통계에 의존해 팀을 꾸리는 빈 단장을 향한 시선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스카우트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강조하지만, 이미 팀 색깔에 관한 생각을 굳힌 빈 단장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를 움직이려면 브랜드보다 더 획기적인 선수 발굴 방법을 제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입한 선수가 전성기가 지난 데이비드 저스티스, 더 이상 공을 던지지 못하는 포수 스캇 해티버그, 문란한 사생활로 문제를 일으키는 타자 제레미 지암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투구하는 채드 브래드 포드다.
    스카우트들은 빈에게 등을 돌렸고, 언론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누구도 빌리 빈과 피터 브랜드의 ‘머니볼’, 즉 ‘최소비용 최대효과의 야구’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건 어슬레틱스의 감독인 아트 하우도 마찬가지. 메이저리그는 단장 야구로 불릴 정도로 단장이 선수를 영입하고, 어떻게 팀을 꾸려나갈지 등 거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감독은 현장 지휘자 정도다. 한국 프로야구에서처럼 감독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감독의 특권이 있었으니 바로 선발 라인업을 짜는 것. 빈 단장의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트 하우 감독은 그가 원하는 대로 선발 라인업을 짜는 걸 거부한다.
    당연히 어슬레틱스는 연패를 거듭한다. 선수는 영입했지만, 제대로 쓰지를 못하니 빈과 브랜드의 출루 전략도 무용지물이다. 결국 빈은 결단을 내린다. 자신이 영입한 선수를 감독이 쓰도록 하기 위해 그 선수 대신 뛰고 있는 선수들을 모두 트레이드 시켜버린 것. 심지어 브랜드도 트레이드를 반대한 미래의 올스타 선수까지도 이적시킨다. 이번 시즌 성적을 내지 못하면 단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고, 150년 메이저리그의 패러다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야구계에 발을 들이지 못할 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쓴 결심이었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우리가 자주 보던 스포츠 영화의 각본 그대로다. 어슬레틱스는 승승장구하며 지구 1위로 올라서고 20연승이라는 기록도 세운다. 심지어 20번째 승리는 문제의 타자인 스캇 해티버그의 끝내기 홈런으로 따낸다.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을 정도. 철저한 분석을 통해 얻어진 ‘최소비용 최대효과’로 꾸려진 빌리 빈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2001년에 이어 2002년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된다.
    사람들은 빈 단장의 실험이 성공했다고 그를 추어올렸다. 어슬레틱스는 월드시리즈까지 제패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어슬레틱스는 미네소타 트윈스에 패해 다시 한 번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고 만다.

    야구공과 야구 글러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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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한 야구 경제학, 그러나 인생이란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누구도 야구를 새로 만들 수 없다”며 언론은 빈의 실험을 다시 평가절하한다. 빌리 빈 또한 “사람들은 시리즈 마지막 경기만 기억한다”며 좌절한다. 빈의 ‘야구 경제학’은 실패했다면 실패한 셈이다. 그리고 부자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는 빌리 빈에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봉을 제시하며 레드삭스의 새 단장이 돼달라고 요청한다. 철저히 득실을 따지는 것과 동시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꾸는 빌리 빈이라면 어슬레틱스보다 정상에 가까이 있는 레드삭스로 가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삶이라는 게 경제학만으로 규정될 수 있을까. 야구는 숫자와 통계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삶은 그런 게 아니다.
    빌리 빈은 여전히 숫자(승리와 패배)에 얽매여 있다. 그도 한 때는 모두의 기대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고졸 선수였다. 그러나 빅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카우트 전문가로 새 삶을 시작한다. 이후에도 그는 자신이 켜켜이 쌓아올린 삶의 순간들을 인정하지 못하고, 결과에 집착하게 됐다. 이런 배경에서 본다면 레드삭스로의 이적도 충분히 고민해볼 만한 상황인 것이다.
    그때 브랜드가 빈에게 어떤 선수의 영상을 보여준다. 뚱뚱한 몸으로 2루타를 치고도 2루에 가는 걸 겁내는 제레미 브라운이라는 타자의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브라운은 타격 후 2루로 뛰다가 갑자기 겁을 먹었는지 다시 1루로 돌아온다. 갑자기 방향을 바꾼 탓에 브라운은 넘어지고, 엉금엉금 기어서 손을 베이스에 올린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상대팀 선수가 그를 일으켜 세워 뛰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 제레미 브라운은 홈런을 쳤던 것. 자신이 한 일이 뭔지 모른다는 측면에서 브라운과 빈은 어쩐지 닮아 있다. 영상을 본 빈은 말한다.
    “이래서 야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니까.”
    결국 빌리 빈 단장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남는다. 자신의 과거에 발목 잡혀 절뚝거리며 걷던 빈은 그제야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된다.
    경제학도 물론 중요하다. 야구는 꾸려가는 이에게는 여전히 비즈니스일 테니.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내는 일은 얼마나 짜릿한 일이겠는가. 그런데 삶은 경제학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기 위해 사용하는 숫자와 그래프로, 그것들이 산출한 결과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숫자라는 것도, 경제학이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경제학을 제대로 활용할 수나 있을까.
    빌리 빈 단장은 이제야 제대로 된 인생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야구와 숫자를 통해 말해주는 진짜 이야기는 바로 이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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