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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볼까, 쉼표여행 : 삶을 돌아보며 금강송 숲을 거닐다. 묵호 담화마을 & 삼척 준경묘

떠나볼까, 쉼표여행 : 삶을 돌아보며 금강송 숲을 거닐다. 묵호 담화마을 & 삼척 준경묘
<글·사진-이 민 학 여행칼럼니스트>
동해 묵호 담화마을에서 바닷가 사람들의 삶을 담은 벽화를 본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여유와 해학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삶의 강인함을 되새기는 시간을 보내고 이어서 삼척 준경묘를 찾아 자연이 주는 여유와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복잡한 사람들의 세상과 한적한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이다.
<사진설명>
1-가파른 해안절벽 위에 선 묵호등대. 건너편 기슭에 벽화로 유명한 담화마을이 있다.>
  • 2, 3-묵호등대 담화마을을 지나는 논골담길. 담장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어 지나는 이의 시선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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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대마을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벽화

    묵호항 뒤편 바다로 튀어나간 언덕에 등대가 서 있다. 하얀 등대 아래 비탈에는 집들이 마치 갯바위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파랗고 빨간 지붕들을 보면 궁금해진다. 저 비탈에 어찌 집을 세웠을까. 등대로 오르는 길을 찾기도 쉽지 않다. 안내도를 보면 논골담 1, 2, 3길과 등대오름길, 출렁다리 쪽에서 올라가는 길 등 모두 다섯 개의 길이 있다. 그리고 이 길은 모두 등대로 이어진다.
    논골담 2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세차기로 이름난 바닷바람도 얼씬하기 어려운 좁은 골목길이다. 한발 한발 내딛다보면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길이 가파르다. 마을 사람들은 물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이 길을 올랐을 터. 잠시 멈춰 돌아보니 검푸른 동해바다가 뒤를 받쳐준다. 바다는 말이 없다. 마을에서 태어난 어떤 아이가 내내 보고 자랐을 저 바다. 그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는 몰라도 저 바다를 잊지는 못할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대처로 떠났다. 마을에 빈집이 늘고 노인들만 남은 집도 여럿이다. 날로 적적해지는 마을이 안타까웠을까. 어느 날 주민과 지역예술인들이 담장마다 그림을 그렸다. 커다란 배도 그리고 지게 지고 이 비탈을 오르내리던 할아버지도 그리고…. 크고 작은 그림에는 마을의 지난 이야기들이, 어슴푸레 남은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마을을 찾은 사람이 담장 벽화를 보고 소문을 전했다. 한사람, 두 사람, 여러 사람 그리고 인터넷까지.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한적했던 골목에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오간다. 비어가던 마을에 인기척이 들고 사람 소리가 난다.
    벽화마을이 여러 군데 있지만 묵호 담화마을의 벽화처럼 슬며시 다가와 가슴을 적시는 그림은 드물다. 고단했던 삶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해학이 느껴진다. 오르락내리락 골목길을 다니며 그 시절 삶을 생각한다. 살아가는 일과는 무관한 머리 씀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아무려면 어떤가. 일상과 생업에서 한발 비껴나는 게 여행이다.
    등대가 선 언덕에 오른다. 등대 주위로 공원을 꾸몄다. 너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묵호항과 묵호읍 그리고 멀리 백두대간 두타산과 청옥산이 보인다. 산과 바다 그리고 항구에 눈부신 햇빛이 쏟아진다.
    기다란 나무 벤치에 앉아 햇빛을 받고 있자니 몸이 나른해지면서 졸음이 밀려온다. 기지개를 펴고 커다란 하품을 하니 바다가 웃는다.
    공원 바로 아래 펜션을 겸한 카페가 있다. 쌉싸름한 커피를 마시며 잠을 쫓는다. 묵호등대와 담화마을에서 할 일이라고는 이렇게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보는 것뿐이다. 아니면 사랑하는 이에게 전화를 하던가.

  • 묵호등대공원 아래 있는 카페. 펜션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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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쭉쭉 뻗은 금강송들의 세상 준경묘

    담화마을에 사람들의 삶이 있다면 삼척 준경묘에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있다. 준경묘는 삼척 시내에서 한참을 들어간 두타산 자락에 숨어 있는 묘이다. 담화마을에서 준경묘까지는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여행가서 남의 묘는 왜 찾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럴 땐 묘가 아니라 그 주위를 두른 금강송을 만나러 간다고 답하면 된다.
    준경묘를 가기 위해선 주차장에서 30분 정도 더 걸어야 한다. 길은 입구에서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오르막길이다. 20분쯤 오르면 길이 평탄해지면서 소나무 숲이 나타난다. 쭉쭉 뻗은 소나무들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산림청에서 형질이 우수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뒤졌는데 이곳 소나무 중에 하나가 뽑혔다. 10여 년에 걸친 조사 끝에 선정된 소나무는 충북 보은에 있는 정이품송 소나무와 혼례를 치렀으니 정경부인 소나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준경묘는 풍수하는 사람들이 명당이라 일컫는 터다. 두타산 깊은 산중임에도 위압적인 산들이 보이지 않는 지형이다. 좌청룡, 우백호, 입수, 호석 등 풍수 용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참 아늑하게 느껴진다.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았을까 궁금하다.
    고려시대 전주의 호족 이안사는 총애하는 관기가 있었는데, 새로 부임한 지방관리가 기생을 차지하려해 싸움이 벌어졌다. 이안사는 지방관리에게 심한 모욕을 주었는데 후환이 두려워 늙은 부모와 식솔 170여 가구를 이끌고 삼척으로 피신했다.
    이후 이안사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묘자리를 구하려고 산속을 헤매다 한 노승과 동자의 대화를 엿들었다. 노승은 준경묘 자리를 가리키며 “저 자리에 묘를 쓰고 일백마리의 소와 금관으로 장례를 치르면 5대 안에 왕이 난다”고 하였다.
    이안사는 소 백 마리와 금관을 구하기가 어렵자 궁리 끝에 흰 소(白牛)와 귀리로 관을 치장해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 소 백 마리를 구하기 어려우니 백(百)자와 발음이 비슷한 백우를 잡고 황금관 대신 누런 귀리로 관을 덮은 것이다. 그렇게 준경묘에 묻힌 사람이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 이양무 장군이다.
    사실 준경묘가 이양무 장군의 묘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안사의 후손들은 본래 고향인 함경도로 이주한 까닭에 남은 이들은 정확한 터를 알지 못한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이후 대대로 왕들이 묘를 찾았는데 고종에 이르러서야 묘역을 정비하고 조상의 묘임을 확정했다.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과 혼인을 한 정경부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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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과 바다를 함께 누리는 동해·삼척

    동해와 삼척은 산과 바다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가볼만한 여행지도 많아 주말에 1박2일로 찾아도 다 둘러보기 어렵다. 두타산과 청옥산을 경계 짓는 동해 무릉계곡은 경치가 뛰어나 예로부터 전국 각지의 시인 묵객들이 찾았던 곳이다.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경치가 신선이 사는 듯해 무릉이라 부른다. 계곡 입구에서 용추폭포까지 다녀오는 길이 약 3.1킬로미터 정도로 천천히 걸어도 두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용추폭포에서 되돌아올 때 하늘문 코스를 택할 수도 있다. 높다란 절벽 위까지 겨우 한 사람 오를만한 철계단이 놓여 있는데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한 각도이다. 그 끝에 바위구멍이 있어 하늘문이라 부른다. 절벽 위에서 7부, 8부 능선을 타고 무릉계곡을 내려다보며 걷는 풍경은 장관이다.

    무릉계곡 용추폭포의 한 구간. 무릉계곡트레킹의 종점이다.

    길은 관음사를 지나 입구로 돌아오는데 약 3.1킬로미터,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동해에서 한군데 더 가볼만한 곳은 천곡동굴이다. 약 1.4킬로미터에 이르는 석회암 동굴로 특이하게도 시내 한복판에 있다.
    삼척도 여행지가 많다. 일출로 유명한 추암 촛대바위 해변과 죽서루는 동해에서 넘어가며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죽서루는 ‘관동제일루’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누각과 주위 풍광이 뛰어나다. 오십천을 가로막은 절벽 위에 선 누각은 한 폭의 동양화 그 자체이다.
    삼척은 동굴여행지로도 유명한데, 대금굴과 환선굴·관음굴 등 동굴이 많아 동굴엑스포를 열기도 했다. 맹방해수욕장과 삼척해수욕장 등 바닷가에는 해변이 이어지고 남근조형물로 유명한 해신당공원과 해양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는 궁촌, 용화정거장도 있다. 이 모든 곳을 둘러보자면 시간도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쉬고 싶은 여행이라면 하루는 묵호등대와 담화마을을 걷고 무릉계곡 정도를 다녀온 후 이튿날 준경묘를 찾은 다음 길이 막히기 전에 일찍 돌아오는 게 좋다.

    관동팔경의 하나이자 관동제일루로 꼽히는 죽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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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는 길

    자가용 : 영동고속도로에서 동해고속도로가 이어진다. 동해고속도로 동해IC로 나와서 7번 국도를 타고 묵호항까지 간다. 묵호항 바닷가 쪽에 주차장이 있다.

    대중교통 : 동해고속버스터미널에 내린 후 묵호항 가는 버스를 타면 약 15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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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집

    묵호등대 아래 동북횟집(033-532-7156)과 부흥횟집(033-531-5209)의 물회가 많이 알려졌다. 무릉계곡 입구에는 산채정식을 하는 집들이 줄지어 있다. 무릉회관(033-534-9990) 산채정식은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다. 삼척은 시내 남양동 삼척해물(033-574-6611)의 생선 모듬찜을 추천한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다양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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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박

    동해와 삼척 해안가에 펜션들이 많은데 민박수준의 펜션에서부터 잘 꾸며진 펜션까지 다양하니 후기나 평가를 확인하고 선택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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