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시간과 공간을 줄여주고 나에게 맞는 상품을 매월 잡지나 신문을 구독하듯이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매번 필요한 제품을 쇼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이다.
2010년 미국의 하버드 경영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헤일리 버나(Hayley Barna)와 카티아 뷰첨(Katia Beauchamp)이 창업한 버치박스(Birch Box)를 시작으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이 열렸다. ‘좋은 화장품을 조언해 주는 전문가’라는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매달 10달러씩 내면 고가의 화장품 샘플을 4~5개를 무료 배송으로 받는 서비스이다. 소비자의 피부 타입별로 화장품을 선별해서 고가의 화장품들의 샘플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매달 새로운 구성을 기획하여 정기구독 형식으로 화장품을 제공하는 소비자 맞춤 서비스인 것이다. 버치박스는 2010년 4월 런칭해서 2011년 9월에 120억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큰 이슈를 낳았다.

여성들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한 쇼핑품목 탓에 쇼핑에 어려움이 있다면, 남성은 어떤 면에서 쇼핑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까? 남성들은 쇼핑자체를 싫어하거나 선택을 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성들을 위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일상생활에서 소비되는 실용적인 상품과 자기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특색 있는 상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달러쉐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은 매달 1달러(배송료 2달러 별도)를 내고 면도날이 2개인 면도기와 5개의 면도날을 제공받는다. 남성 소비자들은 최대 월 9달러로 직접 구입하지 않고 편리하게 면도기와 면도날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나가서 면도기를 사는 게 귀찮아서 가입했다는 한 남성의 말대로 매일 소모되는 생활용품을 정기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남성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베스포케포스트(Bespoke Post)는 라이프 스타일의 질을 높이고 싶은 남성들을 위한 특색 있는 상품으로 매달 45로 달러 어썸박스(Box of Awesome)를 제공하고 있다. 박스별로 테마를 정해서 고급스런 소금 컬렉션 박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칵테일 키트박스, 중년 남성의 로망인 파이프 담배 키트 박스 등 한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상위문화를 제공한다. 박스 안에 있는 상품으로 완벽한 체험이 가능한 올스탭(All-Staff)형식으로 구성했다. 고급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아내나 여자 친구 등 여성들이 가입해서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제 국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을 살펴보자.
2011년 6월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시 박스(Glossy Box)는 25~35세 대한민국 여성 10명 중 1명이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매월 5개의 화장품을 1만 6천500원으로 제공받는다. 멤버십을 통해 15%, 1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명품 화장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입소문으로 유명해졌다. 또한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전 세계 화장품을 전문 뷰티 MD가 직접 체험해보고 소개하여 피부타입에 맞게 박스를 구성하여 보내준다.

2012년 2월 런칭과 동시에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미박스(memebox)는 샘플이 아닌 정품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매달 1만 6천500원으로 3개의 정품과 2개의 샘플을 제공하고 있다. 인기 케이블 방송 겟잇뷰티(Get it beauty)와 제휴하여 그날 방송된 화장품을 구성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 뷰티박스에서 남성을 위한 뷰티박스, 아기박스 등 소비자 타깃를 넓혀가고 있다.

남성을 위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쇼핑을 귀찮아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직장 남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셔츠나 속옷, 화장품, 양말 등이 대부분이며 대표적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글로시 박스 옴므, 미미박스의 맨즈밤, 맨즈박스, 그루밍 박스, 맨킷박스 등이 있다.
특히 덤앤더머스는 남성만을 위한 뷰티박스 이외에 탈모케어, 물 배달 서비스, 유정란, 어린잎 채소, 홍삼 등 남성이 장을 볼 때 사지 않을 푸드 상품,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다이어트 도시락 등 헬스케어 상품, 출장 매트리스 클리닝 서비스, 출장세차 등 생활에서 필요한 일상적 서비스를 제공하여 남성 싱글 라이프 케어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특정한 소비자층만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 시장은 여성, 남성, 푸드, 키즈, 펫 등 소비자 계층별 맞춤 박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뷰티박스를 시작으로 패션, 펫, 헬스, 푸드 등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상품 구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개인화·맞춤화 서비스가 믿을 만한 제품을 선별해서 파는 큐레이션 커머스로 확산되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콘텐츠 구입에 있어서도 믿을만한 사람의 조언이나 추천을 바탕으로 내 상황과 취향에 딱 맞는 맞춤화 소비를 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구매자에게 저렴한 가격과 쇼핑의 간소함을 제공함으로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준다.

팹닷컴은 원래 동성연애자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였지만, 그들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면서 유명해진 사이트이다. 2011년 미국의 벤처 사업가 제이슨 골드버그(Jason Goldberg)와 디자이너 겸 저널리스트인 브래드포드 쉐인 쉘하머(Bradford Shane Shellhammer)가 재정비하여 디자인 제품 전문 큐레이션 커머스를 선보이고 있다.
오픈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총매출 1천600억 원에 1천만 명이 넘는 회원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브래드포드의 세련된 디자인 제품 발굴 능력으로 선별된 신진 디자이너들의 기발한 제품이 하루하루 추가 업데이트되며 요일마다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상품을 주문하면 신진 디자이너에게 의뢰요청이 접수되어 배송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도 있지만,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수제 디자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구매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슈대즐(Shoedazzle)은 린제이 로한, 니콜 리치, 미샤 버튼, 제시카 알바 등을 패셔니스타로 만든 뉴욕 스타일리스트 레이첼 조(Rachel Zoe)가 엄선한 디자이너 구두, 핸드백, 액세서리를 매달 39달러로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다.
패셔니스타 제조기로 불리는 그녀에게 내 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추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미국 여성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5단계 스타일 체크를 통해 나에게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을 보여준다. 매달 추천받는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해서 추가 비용 없이 무료로 받을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상품이 없을 때는 지불한 월정액 요금이 적립금 형태로 전환된다. 한국에서도 직접 구매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개인화 맞춤화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쇼핑채널이 복잡해지면서 전문가의 조언이나 자동 프로그램을 도입해 사람들의 쇼핑 활동을 돕는 대행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메가트렌드 관점에서 살펴보면 디지털화, 개성화 그리고 영리한 단순화 트렌드의 결합으로 2013년 트렌드 키워드는 ‘스마트 에이전트’이다. 스마트 에이전트란 소비자가 고민하지 않도록 쇼핑의 경로, 장소, 품목 등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상품의 여러 속성을 분류하고 소비자의 개인정보 및 취향 정보를 분석하고 상품 정보와 고객정보를 효과적으로 적용하여 소비자에게 제시한다.

쇼핑의 즐거움은 내가 원하는 상품을 찾아서 구매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쇼핑 경로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쇼핑을 하기 위한 시간, 공간, 절차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쇼핑의 복잡성을 간소화하는 조그만 서비스 차이에도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비자의 취향과 필요에 맞추어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점점 더 커져갈 것이다. 또한 쇼핑 방식의 변화가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쇼핑의 접근성이 높이고 있다. 모바일 쇼핑의 빠르고 쉬운 절차는 쇼핑의 경험빈도 수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편 스마트폰으로 쇼핑 검색이나 쇼핑 품목의 비교 검토가 어려워 똑똑한 쇼핑을 위한 스마트 에이전트가 필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 에이전트는 앞으로 고객에게 집중하여 필요와 충족에 만족감을 제공하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우미 서비스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편에서 상품을 선별하고 시간과 공간의 간소화를 통해 만족감을 주는 스마트 에이전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